AIPAC 총회서 연설

“1967 국경론은 기존정책”

“美와 평화방안 모색 결심”

네타냐후 총리 맞장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미국 내 유대인 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1967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선’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22일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내 최대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ㆍ이스라엘 공동문제위원회(AIPAC) 총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자신의 1967년 이전 국경선 기준 발언은 “양측이 영토 교환을 협상할 수 있다”는 의미로, “지난 44년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새로운 인구통계학적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ㆍ팔 평화협상의 핵심 난제인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내 50여만명의 이스라엘 정착민 철수 문제와 관련, 이스라엘이 정착촌에서 전면 철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9일에 중동정책 관련 특별연설에서 이ㆍ팔 국경 협상이 “1967년의 3차 중동전쟁(6일전쟁) 이전의 국경선에 기초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측 주장에 힘을 줄어준 것에서 다시 유보적인 입장으로 후퇴한 셈이다.

오바마가 밝힌 1967년 전쟁 이전 국경선에 기초하면 이스라엘이 현재 점령 중인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이 정착민들을 철수시키고 팔레스타인에 돌려줘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신의 1967년 국경선에 대해 “이미 오랫동안 사석에서 인정돼온 것을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2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과 평화협상 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히는 등 갈등 봉합을 위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이미 갈라진 양 정상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 미 언론들은 진단했다.

앞서 20일 백악관에서 오바마와 2시간 동안 비공개 정상회의를 가진 네타냐후 총리는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는 기자들에게 오바마의 국경선 발언은 “망상(Illusions)에 근거한 것”이라고 대놓고 비난했고, 정상 회동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서로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가 이날 양국이 여전히 절대 깨질 수 없는 안보공동체임을 강조했지만 양 정상의 개인적인 반감이 돌아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하루 만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ㆍ팔 평화협상을 무력화시킨 네타냐후가 재집권한 후 지난해 5월 오바마 행정부의 이ㆍ팔 평화협상을 무기한 중단시킨 것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갖고 있는 반감이 드러난 사건으로 보고 있다.

네타냐후가 백악관에 오기 전날 한 방 먹여 곤혹스럽게 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대선을 앞둔 미국 대통령이 돈줄과 언론 그리고 학계를 장악한 유대인에게 도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바마의 국경선 발언이 나오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대계 주류 언론 등은 주말 동안 “유대인 큰손 오바마 지지자들이 돌아섰다”는 기사나 네타냐후의 반발을 크게 보도하는 식으로 오바마를 압박했다.

한편 정치전문가들은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밀어붙일 때처럼 오바마가 정책 목표는 그대로 강행하면서도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는 화법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오바마의 이ㆍ팔 정책은 앞으로 분명히 ‘1967 국경선’이 진심이며 협상 기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