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지는 족히 20년은 넘은 것 같다. 이 말이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다. 검찰이 마음 먹기에 따라 정치,사회,산업경제 기류를 바꿔 나라운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우려섞인 말이다.
최근에는 대검찰청 차장출신 김학재 의원이 검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 친정을 비판하며 이 말을 썼고, 고려대 로스쿨의 하태훈 교수도 최근 발간한 책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에 있다고 개탄했다.
앞서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도 ‘검찰심사 시민위원회’ 활약에 주목하면서 검찰공화국의 종식을 기대한다고 했고, 김성돈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검찰공화국이 민주공화국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시민들은 갖고 있다고 자신의 저서를 통해 전했다. 헤럴드경제는 2004년 불법대선자금 수사때 검찰공화국에 우려를 표하면서 합리적인 선에서 공화국 주인 자리를 국민에게 내준 송광수-안대희 검사에게 박수를 보낸바 있다.
칼은 제대로 쓰면 정의요, 잘 못 쓰면 흉기가 된다. 칼을 독점한 자가 법과 양심에 따라 그 칼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방약무인(傍若無人:거리낌없이 행동함)할 우려는 상존한다. 그래서 칼을 잘 사용토록 형사소송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지만, 법 조문은 세상만사의 최소한만 규정했기에 검사 재량권 남용의 소지를 양심으로 채워야 ‘공정수사’가 담보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간 사회 거악을 파헤쳐 정의를 세운 검찰의 공로는 크다. 하지만 숱한 무죄판결, 어이없는 기소, 스폰서-그랜저 검사 파동, 특별검사의 ‘반전’ 수사결과 등 물 샐 틈이 많다보니, 지난 수십년 검찰은 “검사스럽다”는 말이 한때 우리 사회 가장 심한 욕설로 규정되는 아픔을 겪었고, “상대적으로 약한 자만 두들긴다”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
검찰공화국을 가능케 했던 것은 ‘칼 든 자’에 대한 감시 부족에 있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검찰공화국을 차단할 방책을 마련함에 따라 검찰권력은 협공과 견제 속에 힘 빠지게 되고 새 틀을 짜야할 처지에 놓였다.
그간 국민을 재판에 회부하는 유일한 통로를 검사로 제한한 기소 독점권 때문에 ‘제 식구’인 현직검사의 기소는 거의 없었다. 검사와 판사, 국회의원 등 권력층의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을 신설키로 함에 따라 제 식구 감싸기는 불가능해졌다.
검사가 임의로 불기소처분한 사건에 대해 ‘시민위원회’가 재수사를 결정토록 함으로써 기소의 유일한 게이트키퍼 기능도 줄게 됐다.
경찰 스스로 수사개시권을 갖고 검사에 대한 복종의무에서 벗어남에 따라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제멋대로 재단할 기회도 잃게 됐다.
수사주체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라는 이유만으로 당일 최고뉴스가 되고, 검찰은 이를 통해 국민의 시선을 독점했지만, ‘존재감’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중수부도 사망선고를 앞둔 상태다.
‘다원화’라는 시대의 요청에 따라 검찰의 힘이 줄어들 것으로 예견되면서 로스쿨과 사법연수원들의 희망분야는 검사를 3위로 내려앉혔다. 로스쿨 재학생의 경우 로펌 한곳의 실무수습 경쟁률만 10대1이 넘고, 검찰 실무수습 응시생 수는 로펌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유명대학 로펌의 한 재학생은 “로펌과 검찰 실무수습을 신청한 로스쿨생 중 상당수는 대기업 법무팀을 원한다”면서 달라지고 있는 검사의 사회적 위상을 전했다. 검사지망생들은 “내가 들어가서 바꿀거야”라며 검찰이 환골탈태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내비친다고 이 학생은 전했다.
하지만 검사권력 추락의 효과는 칼 가진 자의 몰락이라는 ‘쾌감’이 그 끝은 아니다. 권력이 경찰과 특수수사청에 몰리는 풍선효과 등 갖가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검사는 1500명이지만 경찰은 20만명이다. 권력남용이 경찰에서 일어난다면 그 부작용의 크기는 엄청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 경찰 스스로 ‘없던일’로 판단하는 ‘사장(死藏)’사건이 매년 수십만건에 달한다.
특히 특수청이 ‘양심’을 잠시라도 놓아버린다면 정의의 마지막 보루까지 잃게 된다. 이들 기관의 권력남용 차단책, 정치적 중립성 확보대책을 보다 촘촘하게 짤 시간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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