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회> 죽음의 계곡 6

다음날 아침, 조간신문을 장식한 유민 제련그룹의 랠리 이벤트 기사는 제법 화려했다. 단순히 스포츠면에 실릴 것으로 예견한 그 기사는 3대 일간지를 통해 2면, 혹은 3면으로 키워져 게재되었던 것이다.

‘이 제목 좀 봐라. 통일로 향한 질주라니…. 얼마나 멋진 표현이냐?’

유민 회장은 흥분해서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높은 양반’이 힘을 쓴 것인지, 혹은 원래부터 그 이벤트가 훌륭하게 기획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문을 펴면 경주용 자동차가 불을 뿜으며 달려 나가는 모습과 함께 유호성의 활짝 웃는 모습이 한가득 펼쳐져 있었으니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반면에 회장실과 유리창 하나를 맞대고 있는 스포츠마케팅팀의 분위기는 시베리아 유형지보다도 썰렁했다. 골프팀 창단 기사가 펑크 난 것도 열받는 일인데 사방에 펼쳐져 있는 신문마다 유호성의 사진이 경주용 자동차와 함께 드러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골프팀에 관한 기사라고는 유독 한 군데 신문에서 스포츠면 맨 꽁무니 기사로, 담뱃갑만이나 하게 실린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기자회견 하던 날 지각해 홀로 신희영을 만났던 기자가 애쓴 흔적이었다.

“이건 뭐 이래요? 특종 잡았다고 날뛰더니 코딱지만 한 기사에 사진 한 장도 실어주지 않았어요. 그 젊은 기자가 배신 때렸지 뭐예요?”

강유리가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자 신희영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이건 젊은 기자가 배신을 때리네 마네 하는 차원을 넘어 선 거예요. 늙은 곰이 재주를 부린 게 뻔해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을 뿐이지요.”

늙은 곰? 그야 당연히 유민 회장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누가 뭐래도 이건 선전포고예요. 술집 여자와 바람이 났을 때 즉석에서 요절을 냈어야 했는데…. 실수야, 내 실수.”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간 상황이었다. 유민 제련그룹의 스포츠마케팅팀에서는 재벌 오너의 아들인 유호성을 간판선수로 내세워 중국과 몽골, 북한, 그리고 일본을 가로지르는 랠리 대장정을 펼치게 되었다는 사실이 전 언론에 공개된 이상 전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버린 셈이었다.

“그럼 유호성 선수는 우리 골프팀에서 증발해버린 건가요?”

“증발한 게 아니고 빼앗긴 거예요. 늙은 곰에게 말이지요.”

“골프팀은 여전히 존재하게 되는 거예요?”

“찐빵에 앙꼬가 빠지고, 계란에 노른자가 쏙 빠졌는데 무슨 재간으로 골프팀을 이끌어 가요? 내가 미쳐 정말.”

“그래도 저 신문에 우리 회사 골프팀에 관한 기사가 실렸잖아요. 비록 한 군데에 불과하고, 작은 기사에 불과하지만 세상에 알려진 건 똑같아요. 우리가 골프팀을 포기하면 세상을 속이는 결과가 되는 거라고요. 사모님, 우리끼리라도 힘을 뭉쳐서 골프마케팅을 펼쳐 봅시다. 기필코 성공시켜서 나중에 유호성 선수를 빼오자고요.”

다급해진 쪽은 강준호였다. 만약에 골프팀 창단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유리는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다시 쪽박을 차야만 했으므로.

“나중에 언제? 개구리 턱에 수염 날 때에?”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철 지난 노래 가사처럼 골프팀 유지 문제로 갑론을박을 벌이는 스포츠마케팅팀 창문 너머로는 유민 회장이 느긋하게 다리를 뻗고 앉아 ‘높은 양반’과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칭찬을 받는 모양이었다. 김칫국을 얼마나 마셨는지 그는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그까짓 언론플레이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요. 이번 기회에 기자들을 확 구워삶아야 장차 여의도에서 활약할 때에도 육신이 편해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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