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예멘 대통령

시위대 보호·평화집회 보장

집권층 분열 조짐 차단 조치

바레인, 광장개방 시위 허용

美 강경대응 비난에 ‘유턴’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중동의 일부 국가가 강경 기조 방침을 온건 기조로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강경 진압이 체제 유지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하에 평화적 시위를 보장하는 등 시위대 달래기에 나섰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시위대를 보호하고 평화적 시위를 보장토록 군ㆍ경 당국에 지시했다.

예멘 정부는 앞으로도 평화적 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시민들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며칠 전만 해도 예멘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권력투쟁의 산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해왔던 것과 크게 상반된 조치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 19일 “평화적인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겠지만 최근 소요 사태는 국가 불안을 조장함으로써 권력을 잡으려는 외부 세력의 시도”라고 주장하며 강경 진압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예멘에서는 지난 11일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시위 도중 15명가량이 숨질 정도로 당국의 진압 수위가 매우 강경했다.

두 주 가까이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예멘에서는 곳곳에서 수천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살레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시위가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 사나대학 인근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세력 간 충돌로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다음날인 23일 사나의 광장에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수천명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목격자들은 전날 친정부 세력이 곤봉을 휘두르고 공중에 총을 발포하며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1명이 숨지고 최소 12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지역 인권단체들은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홍해 연안의 호데이다 항에서는 살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최소 10명이 다쳤으며, 아덴의 남부 항구에서는 보안군들이 수백명의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공중에 최루가스와 총탄을 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처럼 시위가 확산되며 사상자가 속출하자 집권 여당 소속 의원 7명이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탈당했다. 탈당에 동참한 압둘 비시르는 “다른 당내 의원 59명도 추후 집단 탈당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레인 정부 역시 지난 17일 수도 마나마광장에서 밤샘농성을 벌이던 시위대를 무력 진압해 4명이 숨지고 230명의 부상자를 냈지만, 이틀 뒤인 19일부터는 광장을 다시 개방하고 시위를 허용하고 있다.

셰이크 살만 빈 하마드 알-칼리파 왕세자는 지난 19일 “유족과 부상자 가족께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희생자 발생은 국가의 비극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레인 정부는 23일 왕정 체제 전복을 기도한 혐의로 수감 중인 시아파 정치사범 23명을 포함해 모두 308명을 석방했다. 해외 망명 중인 하산 무샤이마와 자유이슬람운동(FIM)의 사무총장인 알-시하비 등 야권 지도자 2명도 사면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양국의 유화책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관용이라기보다는 모두 절박한 사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예멘의 경우 집권 여당 소속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집권층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살레 대통령은 자기 진영 진열을 가다듬고 민심을 달래는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시위를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레인이 유혈 진압 이틀 만에 광장을 개방하고 시위를 허용한 것은 바레인에 해군 5함대 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의 압력에 따른 조치로 간주되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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