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48)-찬경(46) 형제의 공동브랜드는 ‘PARKing CHANce’다. ‘박’(PARK)씨 성에 돌림자인 ‘찬’(CHAN)을 가지고 익살을 부린 것으로 ‘주차 기회’라는 뜻이다. 자리가 났을 때 재빨리 차를 대자는 것인데, 처음으로 함께 한 작품이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부문 최고상이니 동승하고 첫 주차한 자리가 마침 ‘VIP석’였던 셈이다.

박찬욱-찬경 형제가 공동연출한 30분짜리 단편영화 ‘파란만장’이 지난 20일 폐막한 제 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통신사 KT가 의뢰해 두 감독이 스마트폰인 아이폰 내장 카메라로 찍은 영화다. 국제영화제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가 수상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박찬욱 영화감독, 모호필름 (대표), 동생_박찬경 영화감독,설치미술가 / 박찬욱 찬경 / 투데이/스마트폰 영화로 베를린 단편 황금곰상 받은 박찬욱-찬경 형제
박찬욱 영화감독, 모호필름 (대표), 동생_박찬경 영화감독,설치미술가 / 박찬욱 찬경 / 투데이/스마트폰 영화로 베를린 단편 황금곰상 받은 박찬욱-찬경 형제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한국영화계의 최고 감독이자 세계적인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 시네아스트다. ‘박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베를린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 등 수상행진을 계속하다 이번에는 단편영화로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했다. 반면 박찬경은 한국영화에선 ‘신인’이고 아직은 미술작가로서 더 익숙한 이름이다. 박찬경은 서울대 서양화과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사진과 영상을 이용한 설치미술작가로 활동해왔다. ‘미디어 아티스트’가 대표명함이다. 두 형제는 아주대 공대 학장이었던 건축학자 아버지를 둔 것 외에도 본격적인 영화감독, 미술작가의 길을 가기 전 각자의 영역에서 ‘글발’ 좋은 평론가로서 유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찬경은 그 동안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근대화 이면의 풍경을 ‘콜라주’(이미지의 조각을 이어붙이는 미술작업)해왔다. 사실 영화감독이나 영화제의 데뷔는 베를린이 아니다. 최근 열린 로테르담영화제에선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초청받았다. 이 작품은 많은 여직공이 희생당한 공장화재사건부터 문화재 발굴 현장까지 한 도시의 성장과정을 통해 현대화의 의미를 추적한 작품이다. 이전에 발표했던 ‘신도안’이라는 작품에선 충남 계룡산에 터를 잡은 다양한 민속종교들을 조명했다.

결혼 전까지 한방에서 뒹굴렀다던 형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형제 중 형은 영화를 통해서 ‘죄와 구원’을 물었고, 동생은 근대화의 삶 속에서의 ‘무속신앙’을 자주 소재로 택했다. 오광록과 이정현을 기용한 ‘파란만장’은 중년남자와 무녀의 이상한 만남을 통해 굿으로 상징되는 무속제의에서의 생과 사의 의미를 보여준다.

세계 영화사엔 워쇼스키 형제(‘매트릭스’), 코언 형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피와 끼를 나눈 유명감독들이 있다. 박찬욱-찬경 형제가 한국을 대표하는 ‘시네마 브라더스’가 될 수 있을까. 차기작 준비로 베를린 시상식에 불참한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