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나의 일을 너무 치열하게, 오래 하다 보면 병이 난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851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82.3%가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은 평균 세 가지의 직업병을 앓고 있었다. 거북목 증후군(64.1%), 팔목터널 증후군(56.4%), 눈의 피로(42.7%)가 가장 흔한 직업병이었다. 연예인이라도 직업병이 없을리 없다. 아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로 떠오른 연예인들의 직업병은 분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 성대결절=가수결절?=가수들에게 ‘성대결절’은 뼈 아픈 직업병이다. 더더 출신의 가수 박혜경은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 출연해 성대결절로 가수 생활을 접었던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성대결절이 심하게 와서 다시는 노래를 못 부를 줄 알았다. 가수를 하지 않으려 중국으로 건너가 플로리스트로 활동 중”이라는 근황을 전했다.
성대결절은 목을 써야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겐 흔한 직업병이 됐다. 방송인 전현무는 연예계 최고의 다작 MC였으나 무리한 스케줄로 성대결절이 왔다. 매일 아침 생방송으로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성대결절(결절성 성대염)은 발성법이 잘못 되거나 성대를 혹사함으로서 성대에 작은 결절, 즉 굳은살이 생기는 것이다. 목을 쓰는 많은 직업들이 성대결절을 호소하지만 특히 가수에게 많이 나타나 ‘가수결절’(singer‘s nodules)이라고 부를 정도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병이다. 사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어느 정도는 목에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을 것”이라며 “음향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 가수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라이브를 고집하면 목 상태는 더 악화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소리로 먹고 사는 사람이 목에 칼을 대 수술을 하자니 음성이 변할까 고민이라 직업의 생명을 걸고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는 감당하기 힘든 직업병이다”라고 말했다.
연주자들의 직업병도 있다. 기타리스트의 경우 무거운 기타를 맨 채 목과 어깨를 구부리고 기타를 치다 보니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 따로 없다. 기타를 들고 있는 기간이 길수록 더하다. 신대철은 과거 한 방송에서 “비가 올 때마다 손 마디가 저린다”고 했고, 많은 연주자들이 어깨와 허리 관절의 통증을 호소한다.
▶ 웃음 강박, 진행병=입담으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겐 웃음에 대한 강박이 따라온다.
개그맨들의 직업적 특성이 같은 직업병을 만든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소위 말하는 “마가 뜨는 순간”을 개그맨들은 못 견딘다는 것이 이 직업군의 설명이다.
방송은 물론 사석에서도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은 참지 못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개그맨은 “어떻게든 그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는 강박한 막말을 할 때도 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개그로 분위기가 더 썰렁해지는 상황을 만난 적도 있다”며 “특히 해서는 안 되는데 장례식장에까지 가서 돌발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웃음 강박’ 못지 않은 것은 ’진행병‘이다. 아나운서, 방송인, 예능인을 막론하고 마이크를 잡고 TV 앞에 서는 많은 연예인들은 사석에서도 이 직업병이 발목을 잡는다.
방송인 강호동의 ’진행병‘은 이미 동료 연예인들을 통해 무수히 회자됐다. 강호동은 관찰예능 시대로 접어든 TV 안에서 과거의 진행 버릇이 튀어나와 절친한 동료들에게 구박을 받기 일쑤다. 국민MC 유재석은 이미 박수홍 등 동료 연예인으로부터 ’진행병‘을 지적받았다. SBS ’자기야‘를 이끌고 있는 장수 MC 김원희는 최근 KBS2 ’1대 100‘에 출연해 “모임에서 원활한 진행 위해서 자꾸 차고 들어가게 된다”라고 진행병을 언급했다.
▶우울증, 불안장애…서글픈 직업병=화려한 생활 이면엔 그늘이 있다. 인기에 대한 불안, 잊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냉혹한 대중의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 빽빽한 스케줄로 인한 수면부족 등은 연예인들의 정신세계를 옥죄는 요인들이다.
지난해 방송인 정형돈의 불안장애와 그로 인한 방송활동 중단은 업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웃음을 주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대천왕’이라 불리며 전성기를 달리던 예능인은 TV 밖에선 자신의 현재에 대한 불안, 대중의 평가와 잣대에 곪아있었다. 정형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개그계의 대부 이경규, 다작 예능인 김구라가 이미 공황장애를 토로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연예인들의 경우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늘 웃겨야 한다는 불안감이 큰 것 같다”며 “가장 가까이에서 대중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피드백도 직접적으로 받는다. 장난스럽게 던지는 악플에도 큰 상처를 입지만 인기 연예인이기 때문에 담담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 방송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어 힘든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배우 차태현은 물론 김승우 김장훈 공형진 박용우 등 많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나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이미 고백했다. 공황장애 역시 불안장애의 하나로 가슴이 심하게 뛰고 숨이 차다가 곧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가 크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숱하다. 20대 시절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가 한동안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한 여배우는 “정상에 있을 때는 과도한 스케줄에 나 자신이 사라지는 기분이었고, 그로 인한 압박과 스트레스도 컸다. 그러다 아무도 날 찾지 않을 때엔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며 “거울을 보면 내 자신이 너무 못나보여 다시 복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그 시기를 잘 견디지 못 했다면 성형수술에 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그 시기를 극복했던 것 같다”고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백하기도 했다.
불안장애와 우울증은 일부 연예인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같은 고통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연예인들의 직업병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서글픈 일이다”라며 “대중이 보기엔 화려하고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이지만 그 자리를 지키지 위한 강박과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한 욕구가 마음의 병이 오는 경우가 많다. 항상 매니저가 함께 한다고 하지만 환경상 주변에 마음을 터놓고 나눌 사람이 없다. 그 무렵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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