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 조태열에 ‘재외공관 등 조치사항’ 전달

계엄 후 최상목에 ‘재정 자금 유동성 확보’ 전달

尹, 국무위원 반대에도 비상계엄 선포 단행하며

사전에 체계적으로 준비한 정황 드러나

답변하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경제 및 외교 대응을 당부한 종이를 건넨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체계적으로 비상계엄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최 부총리와 조 장관은 3일 계엄 국무회의 전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계엄 반대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국무위원들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123 계엄 국무회의 전후 상황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3일 오후 9시50분~55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해 대접견실에 갔더니 한덕수 국무총리가 “곧 계엄이 선포된다”고 말해 계엄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한 총리에게 “총리님, 왜 반대 안 하세요?”라는 취지로 말했고, 한 총리는 “많이 반대했다, 부총리가 들어가 보라”라고 말해 윤 대통령이 있는 집무실로 향했다.

최 부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대외신인도와 경제에 막중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께서) 계엄을 발표하고 들어오셔서 갑자기 저한테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를 주셨다”며 “당시에 저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경황이 없어 주머니에 넣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참모가 건넨 것은 한 장짜리 종이였다며 접힌 상태였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그 자리에서 종이를 확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황이 없던 상황이고, 계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사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제일 먼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 부총리는 3일 오후 11시40분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해외 시장상황을 챙겼고, 간부회의를 소집해 가는 중간에 (기재부 차관보에게) “(대통령께서) 자료를 주셨는데 가지고 있어라”라고 전달했다.

최 부총리는 “4일 오전 1시쯤 간부회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이) 의결된 것을 확인했고, 차관보가 간부회의가 끝날 때 쯤에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리마인드해 그때 확인을 했다”고 했다.

종이 내용에 대해 최 부총리는 “기억하기로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 자금 유동성 확보를 잘해야한다는 문장이 있었다”라며 “한두 가지 정도가 써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조 장관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외교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를 적은 종이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3일) 오후 8시50분쯤 도착해 오후 9시에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받아 들어가니 4~5명의 국무위원들이 와 계셨다”며 “(자리에) 앉자마자 대통령님이 비상계엄 선포를 할 생각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종이 한 장 주셨다.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간략히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5명이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듣고 충격을 받아 당시 받은 종이의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며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나고, 서너 줄 줄글처럼 돼 있었다”고 기억했다. 조 장관은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상황이 있으면 했을 조치라고 생각해서 (종이를) 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종이는 현장에 놓고 나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