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퇴진을 거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 “전혀 예상 못한 담화”라며 “당론으로 탄핵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예정에 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윤 대통령 담화로 여당 내 혼란은 한층 가중됐으나 오는 14일로 예정된 국회 표결에서 국민의힘이 기존 당론인 ‘탄핵 반대’를 단일 대오로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탄핵 찬성과 표결 참석으로 돌아서는 여당 의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여야는 14일 이후의 질서 있는 정국 수습과 국정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주도로 추진하는 두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당 기류는 이미 변화했다. 지난 7일 첫번째 표결에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소속의원 108명 중 김예지·안철수·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105명이 표결에 불참했으나 이번엔 찬성을 선언하거나 투표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이 점점 늘고 있다. 한동훈 대표도 탄핵 찬성을 전면화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여당의 균열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6개 야당과 무소속 의원 192명이 찬성 입장이므로 여당에선 8명만 더해지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대통령의 법적 직무정지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번 주 내로 해소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제 더 중요한 것은 탄핵 표결 이후다. 가결된다고 해도 당장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누가 맡을 것인가를 두고도 벌써 야권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법적으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해야 되지만, 민주당은 내란 혐의와 관련해 한 총리 탄핵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한 총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의해 현재 피의자로 전환된 상태다. 민주당은 계엄 사태 전까지 고위 공직자 22명을 탄핵했다. 국가 비상 상황에 들어선 지금 더 이상 그래선 안된다. 내란 혐의와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진상 규명과 단죄는 수사기관과 법·제도에 맡기고 국가 행정력 복원과 경제·외교·안보 위기의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당 역시 집권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여야가 조기 대선 국면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절대로 있어선 안될 일이다. 더 이상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국가 위기를 방치해선 안된다. 지금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헌법 질서를 바로 세우고 시장 불안을 잠재우며 한미동맹을 비롯한 대외 신뢰 복원에 온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