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일조권 배제·완화

특별가로구역 지정

“경관 개선·공간 활용으로 활성화 기대”

가로수길
8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한 건물 모습.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형태가 보인다.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가로수길’의 계단식 건물들이 사라진다. 한때 강남 최고의 상권이었으나 최근 침체한 가로수길 상권의 용적률을 완화함으로써, 건물 공간 활용도와 미관 개선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신사동 가로수길 특별가로구역 지정 공고에 따르면, 지난 6일부로 가로수길은 전국 최초로 일조권 배제·완화 방안이 포함된 특별가로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가로수길 건물은 일조 높이 제한을 적용받아, 층수가 올라갈수록 건물이 점점 좁아지는 ‘계단식 모양’으로 지어졌었다.

건축법 제61조(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에 따라 정북 방향으로부터 10m 이하는 인접 대지로부터 1.5m를 이격하고, 10m 이상은 각 부분 높이의 2분의 1 이상 거리를 이격하게 돼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층수 높이를 대략 3~4m로 잡고 전 층을 계산할 때, 약 3층부터는 한 층씩 올라갈수록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만큼 일조 사선이 확보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러한 설계 때문에 도산대로·압구정로에서 정북 방향으로 형성된 가로수길을 바라볼 때 찌그러지고 삐뚤게 올라간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조권 배제·완화를 통해 반듯하게 올라갈 수 있게 되면서, 가로 경관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게 됐다.

기존 계단식 건물도 반듯해질 기회가 생겼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가로수길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결정안을 발표하며, 구역 내 건축물의 증축·수선·리모델링 건폐율·용적률 완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로수길의 특별가로구역 지정을 위해 선행 절차 개념으로 지난해 지구단위계획구역 설정이 이뤄졌다”며 “지구단위계획구역 설정에 3~4년 정도 소요됐고, 이번 특별가로구역 지정에는 1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지구단위계획결정안의 시행 지침에 따르면 건축협정 체결 시 건폐율 및 용적률 100분의 10의 범위에서 완화할 수 있으며, 리모델링사업 추진 시 기존 연면적 100분의 10의 범위 및 용적률 250% 이내에서 증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특별가로구역 지정에 따라 일조 높이 제한을 완화 받고자 하는 구역 내 모든 건축물은 개별적으로 특례적용계획서를 작성해 건축위원회에 심의 접수할 수 있다. 심의 이후 구청의 허가를 받은 이후로는 건축주의 계획서 설계에 따라 착공·사용승인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해당 구역은 지난해 설정된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압구정로 변 일부가 확대 지정된 강남구 신사동 667-13번지 일대의 8만2887㎡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특별가로구역 내에 있는 건축물 중 일조권 규제 완화를 희망하는 신청을 받아 통해 사업이 진행된다”며 “특례적용계획서 건축심의 신청기한도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접수된 건은 없지만 구역 지정을 위해 사전 조사했을 때 기형적으로 생긴 건물이 많아 신청 접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코로나 이후 높은 임대료 등으로 공실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로수길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월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서울 리테일 가두 상권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로수길 공실률은 39.4%를 기록하며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년 전 36.5%에서 2.9%포인트상승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가로수길 건물들은 다른 상권과 달리 1·2층을 제외하고 위층 공간이 협소해지며 공간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일조권 완화를 통해 공간 활용도가 늘어나고 창의적인 건물 디자인이 접수돼, 거리 전체의 가로경관이 개선되며 궁극적으로는 가로수길이 다시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