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장 올해 임기 만료…연임 가능성에 촉각

ELS 사태부터 각종 금융사고…내부통제 이슈가 ‘중점’

신한·하나은행장은 연임 유력…우리은행장은 연임 불발

5대 시중은행장
5대 시중은행장.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이끈 주요 시중은행 행장들의 임기 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호실적’과는 무관하게 이들의 연임 가능성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부터 각종 금융사고까지 굵직한 이슈들이 임기 연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뚜렷한 부정적 이슈가 없는 신한·하나은행장 등의 경우 무난한 연임을 점치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전임 회장 부당대출 사건에 휘말린 우리은행장의 연임 도전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관측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 ‘불발’ 유력…농협은행장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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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은행장 임기는 오는 12월 31일에 종료된다. 지난해 연임해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첫 임기에 해당한다. 특히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각각 지난해 2월과 7월에 전임 행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1년 반가량의 가장 짧은 임기를 채운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우리금융지주 이사들은 정례 이사회를 열고 조 행장 연임이 어렵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외이사 7명 전원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원으로서 우리은행장 후보를 심사하고 선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무엇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번지면서,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는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개인사업자에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행장은 사후 위법 사실을 파악하고도 고의로 금융당국 보고를 지연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농협은행에서는 올해만 총 7번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은 내부통제 부실 문제에 대한 책임이 은행장에 쏠릴 거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농협중앙회 또한 계열사 내부통제 개선에 경영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은행장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 농협은행장들의 연임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하나·신한은행장 연임 전망…국민은행장은 ‘변수’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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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반면 신한은행장과 하나은행장의 경우 ‘호실적’에 힘입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뱅크’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여타 은행에서 연임 원인으로 작용한 내부통제 문제 또한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실적 경쟁에서 앞서고 있는 만큼, 이 시점에서 정상혁 행장을 교체할 만한 명분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또한 무난히 연임 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의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성장하며, ‘리딩뱅크’ 타이틀을 획득했다. 아울러 기업대출 영업에 공을 기울이며, 대기업 위주의 우량대출 자산을 크게 늘렸다. 올 상반기 기준 비이자이익도 1조1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가량 성장하며 대출 포트폴리오 확대 등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경우도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1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늘었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홍콩H지수 ELS 사태로 인해 1조원에 가까운 배상액을 치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매끄럽게 배상 과정을 정리하면서도, 이익 상승을 이끈 공로가 인정되는 모양새다.

다만 홍콩H지수 사태 자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점은 연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연달아 발생한 내부통제 부실 금융사고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100억원 이상 배임사고만 해도 3건에 달한다. 아울러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내고 있는 인도네시아 KB은행(구 부코핀은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