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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500만 주주 활짝 웃은 금요일…9층 구조대는 언제 오려나? [권제인의 일‘주’읽]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4월 둘째 주 증권시장은 전반적으로 ‘플러스’했습니다. 연초부터 급등해 더 이상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또다시 10% 넘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국제 금값도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 당 20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목요일 1.44% 하락하기도 했으나, 재반등해 2490선에 안착했습니다.

여러 상승세 속에서 이번 주 가장 눈에 띈 것은 금요일 나온 ‘마이너스’였습니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 실적을 공시하며, 1분기 실적 발표의 문을 열었는데요. 영업이익이 14년 만에 1조원을 밑돌며 어닝쇼크(실적 충격)을 기록했지만 시장은 활짝 웃었습니다. 또 다른 마이너스 ‘감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한 63조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95.75% 줄어든 6000억원입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1억원으로 실제 실적은 전망치 40%에도 못 미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4.33% 올라 6만50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삼성전자 드디어 감산!
삼성전자 2023년 1분기 잠정실적 설명자료 [금융감독원 DART]

연초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17% 넘게 오른 가장 큰 요인은 ‘업황 저점론’입니다. IT 기기 등 전방 수요가 부진하면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들은 높은 재고량과 낮은 판매가격에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재고 자산이 지난해 4분기 29조600억원을 기록했는데 2020년 4분기(14조8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재고가 넘쳐나니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올해 1분기 1.81달러까지 떨어졌고, 낸드 고정가는 4.81달러에서 지난달 3.93달러로 하락했습니다.

이에 재고 자산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려면 생산량 감소는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등인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부정해왔다는 점입니다. 작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는 “올해 시설투자(CAPEX)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일 것이라며 설비 재배치 등 생산라인 최적화나 미세공정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감산’만 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잠정실적 발표에서 인위적 감산을 공식 인정해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확 키웠습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례적으로 별도 공표자료를 통해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했다”며 “마이크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동참함에 따라 공급 조절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9층 구조대' 아직 멀었나?
[KRX정보데이터시스템]

500만 삼성전자 주주에 이번 감산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핵심은 주가가 ‘얼마나’ 오르냐인데요. 증권사들은 올해 안에 9층(평균 매입 단가 9만원) 구조대가 출동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7일 잠정실적 발표 이후 나온 보고서를 보면 각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IBK투자증권 9만원 ▷BNK투자증권 8만7000원 ▷한국투자증권 8만3000원 ▷미래에셋증권 8만원 ▷NH투자증권 7만9000원입니다. IBK투자증권만이 유일하게 9만원 선을 목표주가로 제시했습니다.

삼성전자를 담당하는 증권사 A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반도체 수요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하반기 반등하는 것은 맞지만, 그 폭이 매우 크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기준금리 자체가 높아 기업 투자와 소비자 가처분 소득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실적이 크게 좋아질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증권사의 B 애널리스트는 “9만원대가 가능하려면 현재 적자를 기록하는 사업부가 모두 흑자전환하고 반도체 가격 역시 인상돼야 한다”며 “전고점을 찍었던 시기는 유동성이 확장되며 멀티플을 후하게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가가 9만원 이상 뛰기 위해선 적어도 내년까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A 애널리스트는 “미국 역시 하반기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바로 주가가 뛰긴 어렵다”며 “공급을 2년간 줄인 효과가 내년 발생하면서 실적 역시 회복된다면 9만원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삼성전자 주가는 최악의 실적 시즌 이후에는 횡보세를 보이다가 경기 반등이 확인되면 본격적인 랠리를 펼쳤다”며 “일부 경기사이클 지표가 반등을 시작한 만큼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부터 랠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자 지인 A씨의 주식 잔고. 본인 아님. 권제인 기자

제 지인 중 한 사람은 9.1층에 머무르고 있는데요(9.3층에서 물을 탔습니다). 이 친구, 내년에는 활짝 웃을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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