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르마늄값 올해 110% 급등
中 게르마늄 수출 2년 새 73% 급감
고려아연, 지난해 1400억 투자 결정
생산 2년 앞당겨 내년 첫 판매
美 정부·JP모건도 전략적 가치 주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통제와 첨단산업 수요 증가로 게르마늄 가격이 올 들어 두 배 이상 뛰면서 고려아연의 선제적인 투자 결정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1400억원 규모의 게르마늄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올해는 생산 일정까지 앞당기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원자재 데이터 플랫폼 CBC금속망에 따르면 중국의 금속 게르마늄 가격은 23일 기준 ㎏당 2만8750위안으로 연초 대비 약 1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산화게르마늄 가격도 ㎏당 1만9900위안으로 121% 올랐다.
게르마늄 가격은 2023년 8월 ㎏당 약 9000위안에서 2024년 1만9000위안까지 두 배 이상 오른 뒤 한동안 조정을 거쳤지만,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은 중국에 집중된 공급 구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금속 게르마늄 1차 생산량의 91%를 차지했다. 나머지 9%도 대부분 벨기에 소재기업 유미코아에서 생산될 정도로 공급처가 제한적이다.
이처럼 세계 게르마늄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미국과의 반도체·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자 2023년 8월부터 수출허가제를 시행했다. 2024년 12월에는 미국을 대상으로 게르마늄 수출금지 조치를 발표하는 등 규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후 중국의 게르마늄 수출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2023년 41.2톤이던 수출량은 2024년 25.3톤, 지난해 11.1톤으로 줄어 2년 새 약 73% 급감했다. 올해 1~8월 수출량도 6.0톤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게르마늄 재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광통신·방산 등 첨단산업의 수요 증가, 다른 소재로 대체하기 어려운 특성까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특성과 적외선 투과성을 가진 희소금속으로 광섬유와 야간투시장비, 열화상 카메라, 위성용 태양전지 등에 사용된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게르마늄 수요는 343톤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광섬유용 수요가 40%를 차지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광통신 인프라 확대도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처럼 중국에 편중된 게르마늄 공급망을 탈피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울산 온산제련소에 총 1400억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정제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달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장기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당초 고려아연은 2028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목표로 했지만, 중국발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하자 생산 일정을 앞당겼다. 이차전지 소재 자회사 켐코의 기존 설비를 활용해 올해 8월부터 중간재인 크루드 게르마늄 생산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내년 1분기부터 중간재 판매를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순도 99.999%의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상업생산한다는 목표다. 미국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구매계약 체결도 협의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쟁력은 기존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르마늄은 아연 등 비철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회수할 수 있는 희소금속이다.
가격 상승에 따라 실적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고려아연이 연간 12톤의 게르마늄 생산능력을 확보할 경우, 판매가격을 ㎏당 5000~8000달러로 가정하면 연간 약 800억~1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려아연은 게르마늄 외에도 갈륨과 인듐,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약 557억원을 투자해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공정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2028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략광물 사업은 이미 고려아연의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려아연의 올해 2분기 희소금속 매출은 970억원으로 전분기(790억원)보다 약 23%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률도 78.5%에 달했다.
미국과의 협력 확대도 중장기 성장 기회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을 추진 중인 통합제련소 ‘프로젝트 크루서블’에서도 게르마늄과 갈륨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산 핵심광물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정책과 고려아연의 사업 확장 전략이 맞물리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상승을 계기로 고려아연이 추진해온 희소금속 생산 다변화 전략의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아연·연 제련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전략광물 공급기업으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열린 행사에서 고려아연의 현지 투자 계획을 직접 거론하며 74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두고 “미국에 변혁적인 거래”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 금융권에서도 고려아연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지난 19일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사업을 대표 사례 중 하나로 소개했다. JP모건은 이튿날 공개한 별도 보고서에서 해당 사업과 관련해 최대 47억달러 규모의 대출금융 약정서가 제공됐으며, 금융자문과 대출 주선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