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내부 게시판에 글 올려…작성자 ‘김정관’· 부서명 장관실로 명시
‘가짜일 줄이기’가 만든 또 다른 가짜일…기준 없는 혁신의 한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요즘 가짜일 줄이기는 어찌 되가나요? 부가가치가 낮은 일, 불필요한 일, 일을 위한 일 들은 이제 없어졌나요? 장관이 챙기지 않으면 안하는 건가요?”
25일 관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오전 7시53분께 내부 게시판에 ‘가짜일 줄이기는 어디로 갔나요’라는 제목으로 이같은 글을 올렸다.
김 장관의 글은 산업부 내부 가짜일 신고 게시판에 작성자 김정관, 부서명 장관실로 각각 명시돼 68번째 글로 게시됐다.
김 장관 글에 바로 앞 글은 혁신행정담당관이 50여일 전인 8월3일 올린 ‘적극행정 마일리지 제도 관련 의견수렴’이다. 김 장관이 지난달 30일 글을 올리기 전까지 50여일 동안 관련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가짜 일 30% 줄이기’를 발표하면서 상사 눈치 보기, 가짜 야근, 보여주기식 행사 폐지를 선언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다. 다른 부처들도 동시에 진행해 달라”며 전 부처 확산을 독려했다.
이후 5개월이 지난 올해 4월 산업부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가짜일 줄이기 프로젝트’ 도입 이후 조직문화 및 업무 관행이 개선됐다고 답하면서 가짜일 줄이기는 탄력을 받았다.
‘가짜 일 30%줄이기 프로젝트’의 긍정적인 변화로 뽑힌 업무는 ▷ 스크랩 요약본 제공 등 홍보 효율화(65%) ▷대기성 야근 감소(61%) ▷영상 보고 활성화에 따른 출장 감소(58%) ▷소속 국·과장 등의 행사·보고 간소화 인식 개선(58%)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대표적인 가짜일 줄이기인 국회 보고 및 대기 등에 대한 개선방안이 없고 3대 메가 프로젝트, 대미투자협상 등 굵직한 산업부 현안으로 ‘가짜 일 30% 프로젝트’는 살그머니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 산업부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가짜일 줄이기 TF 팀장도 지난 7월부터 3개월가량 공석인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남은 팀원들은 익명게시판 민원을 처리하며 명맥만 잇고 있을 뿐 TF로서의 기능은 사실상 멈췄다는 것이 지적이다.
무엇보다 관가에서는 ‘가짜일 찾기’가 ‘또 다른 가짜일’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짜 일 발굴을 위해 별도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실적 제출을 독려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 가짜일 이라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 또한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한 부서의 핵심 업무가 다른 부서 시각에선 불필요한 일로 치부될 수 있는 구조적 단절 속에서 정책 실효성을 담보할 객관적 준거가 보이지 않는다.
김 장관도 대부분 1급회의를 소집하면 2시간이상 진행하고 직원들의 김 장관 대면보고 대기 시간도 때로는 1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점에서 가짜일 줄이기를 제안한 김 장관 본인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가짜일 30% 줄인다고 챙기는 일 자체가 가짜일이라는 불만이 많는 것을 정작 장관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osky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