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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 사망 전날 숨진 5·18 유공자 유서 속 마지막 말은?
부처님오신날 앞둔 젊은 승려에 닥친 비극
‘계엄군 총상’에 하반신 마비 40년
전두환 죽음 하루 전 CCTV가 마지막 행적
“5·18 원한이나 서운함을 모두 잊고 가겠다”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1979년 11월 6일 전두환 당시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사건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총에 맞아 하반신 마비가 된 건 승려로 살아가던 스물일곱 살 봄이었다. 41년 전 계엄군 총에 맞아 여생을 후유증 속에 버텨온 5·18 유공자가 23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하루 전날 밤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 직후다.

사죄하지 않은 자의 죽음까진 끝내 모른 채 세상을 등진 유공자의 유서엔 원망 대신 용서의 말이 담겼다. 경찰이 추정하는 사인은 익사지만 60대 5·18 유공자의 사회학적 사인은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1983년 10월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가 아웅산테러 순직외교사절들의 유해가 안치된 서울대병원 합동영헌 안치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연합]

24일 전남 강진경찰서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총을 맞고 하반신 마비로 살아온 60대 유공자 A(68)씨가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 지 하루 만인 23일 오후 전남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오전 전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다.

그는 발견 하루 전인 22일 오후 4시께 전날 머물던 전북 익산 거처에 유서를 남기고 집을 떠났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5·18에 대한 원한이나 서운함을 모두 잊고 가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총상 후유증으로 최근 하루에 통증완화주사를 6번 맞을 정도로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통증이 심해져서 힘들고 괴롭다’는 내용도 유서에 담겼다.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난 A씨는 중학교 졸업 후 광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1980년 5월 18일 그날, A씨는 대학 졸업 후 육군으로 군복무를 마친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었다. 전남 소재 조계종 사찰에서 지내던 젊은 승려는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준비하던 중 부상한 시민을 후송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후 척추에 계엄군의 총을 맞고 이어지는 40년을 하반신 마비 후유증에 시달렸다.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왼쪽)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1980년 8월 18일 최규하(오른쪽)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기 전 전두환 당시 국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A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은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22일 늦은 밤 폐쇄회로(CC)TV만이 목격했다. 이날 오후 11시15분께 저수지와 5㎞ 떨어진 지점의 폐쇄회로가 A씨의 행적을 기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전북 익산 요양원에서 전남 강진 군동면에 있는 한 저수지까지 170㎞ 넘는 길을 직접 운전했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익사로 추정하고, 현재 가족 진술 등을 토대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타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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