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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원사재기 고발…후폭풍 덮친 ‘그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지난 4일 음원차트조작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자, 후폭풍이 거세다. ‘그알’답게 잘 짚었다는 호평과 함께 바이브 등 의혹의 당사자와 그 제작사들은 “사재기는 결코 하지 않았다”거나 “선동이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또 ‘그알’이 이메일이 도용됐다고 주장하는 제보자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제보자에게 지니뮤직으로부터 46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의 가입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전송됐었고, 이 아이디들을 통해 41회에 걸쳐 결재된 내역이 확인됐다는 사실을 전해주며 사용한 영상이 ‘뉴이스트W-데자부’ 음원임이 알려지게 됐다.

이에 뉴이스트 소속사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는 “해당 방송으로 인해 ‘음원 사재기 의혹 가수’로 방송 화면에 그룹 실명이 그대로 노출된 부분에 대한 제작 과정에서의 실수 인정·사과와 다시 보기 등 정정을 요청 드린다”고 했다. 7일 ‘그알’측에서는 “제작진의 화면처리 미숙으로 의혹이 불거진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 수차례 구매하는 일부 팬의 과실에도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과'가 아니라 '유감'이라는 표현을 써 아쉬움을 남겼다. 음원 사재기를 고발하는 건 좋지만 엉뚱한 피해자를 남겨서는 안된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2018년 4월 닐로의 ‘지나오다’가 1위에 오른 데 대해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합리적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JYP 트와이스, SM 엑소-첸백시, YG 위너 등 대형기획사 아이돌들이 신곡을 출시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지나오다’가 갑자기 이들 신곡을 모두 체치고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닐로는 음원차트에서 BTS도 눌렀다.

이에 대해 축하가 아닌 의심이 곳곳에서 나왔다. 4월 12일 97위에서 47위까지 상승하는데 불과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노래는 50대가 많이 듣는 노래에서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제치고 50대 음원차트까지 1위를 차지하면서 음원사재기 의혹은 더욱 불거졌다.

닐로 ‘지나오다’의 음원차트 1위에 대해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이규탁 교수는 “이게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보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김진우 중앙대 예술대학 겸임교수는 “굉장히 빨리 올라왔던 케이스다. 차트 내에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처럼 순식간에 1위까지 치고 올라오기는 쉽지 않다”면서 “역주행이라는 것이 가뭄 끝에 비가 올 수는 있는데, 요새 역주행은 약간 인공강우 같은 느낌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이 정도 인기면 콘서트를 엄청 크게 해야 하는데, 닐로의 공연좌석 배치도는 텅 비어있다. 결국 그 공연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결국 닐로 제작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음원 사재기 논란과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사재기 행위라고 결론내기 어렵다. 특이한 패턴을 보인다고 해서 해당자를 불러 조사할 수는 없다.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닐로의 제작사를 포함해, 지난해 11월 가수 박경이 자신의 SNS를 통해 실명으로 거론한 음원차트조작 의혹 가수들의 소속사들은 한결같이 “음원사재기는 하지 않았다. 바이럴 마케팅은 했다.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의 일환이다. 이 작업은 홍보광고업체에 맡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알’은 더 많은 취재와 100여통의 제보를 통해 음원사재기의 실체를 밝혔다. 가수 타이거 JK와 가수 말보,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직접 음원차트 성적을 상승시켜 드리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타이거 JK는 경쟁곡 밀어내기 수법도 들었다고 했고, 말보는 전체, 5대5, 1대9 등 3가지 거래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고백을 토대로 취재를 이어가던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자신이 직접 음원 차트 조작에 관여했다는 브로커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제껏 작업한 가수들의 명단을 비롯해, 아이디와 IP거래 내역 등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증거들을 꺼내놓았다.

홍보광고업체에 브로커들이 붙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아이디(ID)를 여러 개 가지고 가짜 인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한 컴퓨터 화면에서 무한 스트리밍되는 상황을 보여주었다. 아이디를 100개는 돌려야 음원순위를 올릴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이상한 현상이 나왔다. 일반인인 박대근 씨는 “지니 메일에서 아무개의 곡을 구입해줘서 감사합니다”는 메일을 3일에 걸쳐 40통 넘게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좋아하지도 않는 곡을 3600회나 들었다고 돼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명의 도용 피해자들이 계속 나왔다.

‘그알’은 “성공의 법칙만 남았다. 조작이 가능한 세계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예술이 기술과 다른 이유는 인간이 만든 진심이 들어가 있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예술을 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경은 음원 사재기 조사를 위해 입대 연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지금까지 불법인 ‘음원 사재기’로 처벌받은 케이스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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