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당뇨병 환자가 선진국보다는 후진국에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해서 ‘부자병’이라는 별명이 붙었었지만, 이제는 ‘빈자병’으로 불러야 할 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당뇨병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세계 당뇨 환자는 1980년 이후 4배 가까이 증가한 4억2200만명에 달했다. 1980년까지만 해도 100명 중 4.7명만이 당뇨 환자였지만, 이제는 8.5명이 당뇨 환자일 정도로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후진국에서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당뇨병 유병률은 선진국에서는 1980년 5%에서 2014년 7%로 2% 포인트 정도만 높아졌지만, 후진국에서는 3%에서 7% 이상으로 높아져 선진국의 유병률 추월했다. 중간 소득 국가의 유병률 역시 1980년까지만 해도 선진국보다 낮았지만 이제는 9%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다.
WHO 에티엔 크루그 박사는 도시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땀 흘려 육체 노동을 하고 걸어서 출퇴근 하고, 야채와 과일을 즐겨먹던 사람들이, 도시화 이후에는 그렇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가난 역시 당뇨병의 원인이다. 가난한 국가에서 사는 사람은 건강한 먹을거리를 구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은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크루그 박사는 “인슐린 호르몬이 발견된 지 100년이 됐지만, 아직도 가난한 나라의 3분의 1만이 인슐린 등 치료제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인슐린에 대한 접근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여서 인슐린 등에 대한 접근도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로 지난 2012년 370만 명이 숨졌고, 사망자의 43%가 70세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당뇨 합병증은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 이상, 하지 절단 등으로 연결되며 당뇨 환자의 하지 절단 비율은 일반인보다 10~20배 높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당뇨병 증가를 막으려면 건강한 식사를 하고 운동량을 늘리면서 체중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피하는 등 일상생활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도 국민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당뇨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보건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