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축구이슈] ‘너 없이도 잘 나가’ 에이스 없이도 그들이 성공하는 법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한 선수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조력자이자 후계자로 불리는 선수였고, 다른 한 선수는 압도적인 빌드업 능력으로 소속팀의 6연패를 이끌던 선수였다. 그들이 충격적인 이적을 감행했을 때, 모두들 원 소속팀들의 부진을 예언했다. 그리고 시즌이 한 달쯤 지난 지금,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네이마르를 보낸 바르셀로나와 레오나르도 보누치를 이적시킨 유벤투스 이야기다.

이미지중앙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한 네이마르. [사진=파리생제르망 공식 트위터]


‘MSN 해체’에 ‘효율 극대화’로 답한 바르셀로나

전례 없던 거액이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 떠들썩했던 여름 이적 시장이었다. 하지만 모든 이적 뉴스들은 네이마르의 이적으로 1면에서 밀려났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력적인 스리톱이라던, 'MSN' 라인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네이마르가 2억 2200만 유로(한화 약 3천 13억원)로 파리생제르망에 새 둥지를 틀었다.

네이마르는 메시가 서른 줄에 접어들며 자연스럽게 왕좌를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되던 선수였다.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 경기장 내에서도 핵심적인 선수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왼쪽 측면을 휘젓고 다니며 공을 상대 패널티 박스까지 운반했다. 거기에 쉴 새 없이 터트리는 아름다운 골들까지. 네이마르가 출전하지 않을 때면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은 곤두박질쳤다.

그런 네이마르가 떠났으니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당연했다. 바르셀로나는 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수페르 코파에서 1, 2차전 합계 1-5로 완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혹자는 암흑기의 시작이라고 떠들어댔다. 이에 바르셀로나는 이후 열린 7경기에서 전승과 동시에 23득점 2실점이라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답했다.

비결은 간단했다. 신임 감독 에르네스토 발베르데가 효율을 불어넣었다. 스페인 고유의 아기자기한 패스 게임보다 힘과 직선적인 패스에 근간을 둔 바스크 지방 출신답게, 바르셀로나에 간결함을 더했다. 변화무쌍한 포지션 변화 대신 역할 분담을 뚜렷하게 나눴다. MSN 라인의 화력을 보조하느라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기 시작했다.

이미지중앙

네이마르의 공백을 메꾸는 데 성공한 리오넬 메시과 호르디 알바. [사진=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로 오면서 가장 희생했던 선수는 왼쪽 풀백 호르디 알바였다. 네이마르가 사라지자 알바는 전성기 시절의 폭발력을 되찾았고, 다시 메시와 환상적인 연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공격의 무게 중심이 뒤로 이동하며 안정감을 갖게 된 것이다.

네이마르가 혼자 도맡다시피 했던 볼 운반 역할은 ‘중국화’ 논란을 일으키며 캄프 누에 입성한 파울리뉴도 나눠가졌다. 네이마르처럼 화려한 개인기는 갖추지 못했지만 중원에서 부지런하게 패스를 연결하고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중원에 전에 없던 저돌적인 선수가 등장한 것이다.

화룡점정은 역시 메시였다. 과거, 중앙에서의 전개를 위해 3선까지 내려왔던 메시는 이제 득점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메시가 골 사냥에만 매진한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 경기 멀티골을 포함해 현재 12골을 터트렸다. 메시가 있는 한, 바르셀로나의 기세를 좀 더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

이미지중앙

이번 시즌을 앞두고 AC밀란으로 이적한 레오나르도 보누치. [사진=AC밀란 공식 홈페이지]


수비 공백을 지워버린 유벤투스의 새로운 10번

네이마르만큼은 아니지만, 세리에A에서도 세기의 이적이 이루어졌다. 보누치가 4000만 유로(한화 약 520억원)의 이적료로 유벤투스를 떠나 AC밀란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말부터 팀 내 불협화음의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경쟁팀으로의 이적을 예상하긴 쉽지 않았다.

물론 유벤투스에는 그 말고도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안드레아 바르잘리, 메흐디 베나티아 등 준척급 센터백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들과 차별화되는 빌드업 능력을 가진 선수가 바로 보누치였다. 보누치의 볼 전개 능력 덕분에 미드필더들은 부담을 덜고 마음껏 공격에 몰두할 수 있었다.

보누치처럼 후방 빌드업에 기여하는 미드필더-수비수 중엔 보누치의 능력을 대체할 선수가 없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지도 않았다. 자연스레 중원에서의 고전이 예상됐다. 유벤투스에서 문제를 해결한 선수는 다름 아닌 아르헨티나산(産) 공격수 파울로 디발라였다.

이미지중앙

유벤투스의 새로운 ‘10번’ 파울로 디발라. [사진=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 시절 ‘메시의 후계자’로 불렸다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제 2의 메시’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디발라다. 소속팀 유벤투스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온 디발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0번을 배정받았다.

10번 셔츠의 존재감 덕분일까. 디발라는 지난 시즌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으로 유벤투스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기존에 수행하던 2선에서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더해 폭발적인 득점력까지 장착했다. 현재 유럽 5대 리그 선수 가운데 디발라(10골)보다 리그 득점이 많은 선수는 없다.

디발라가 1선과 2선을 가리지 않고 날뛰는 통에 상대 선수들은 유벤투스의 빌드업을 방해하고자 높게 올라갈 여유가 없어졌다. 수비의 공백을 공격의 성장으로 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에이스의 공백은 때로는 체질의 개선으로, 때로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으로 다시 쓰인다. 빛나는 별이 져도 너무 오래 슬퍼할 필요가 없다. 결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