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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韓 노동시장 자유도 참담, 미래산업 숨쉬기 어렵다는 뜻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한국이 노동시장 자유도는 100위에 불과하다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2025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서 전체 12개 항목 중 올해 한국의 노동시장 자유도 점수를 56.4점으로 평가했다. 평가대상국 184개국 중 100위로, 지난해(87위) 대비 13계단 떨어졌다. 등급도 5개 등급 중 ‘부자유(Mostly Unfree)’를 받아 중국이나 북한이 받는 최하위 등급인 ‘억압(Repressed)’을 겨우 모면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한국보다 노동시장 자유도가 낮은 국가는 독일(53.3)이 유일했다. 경제자유지수 종합점수는 17위(‘거의 자유’ 등급)로, 노동시장의 후진성이 평균을 깎아 먹으면서 지난해보다 3계단 떨어졌다. 문제는 한국의 낮은 노동시장 자유도가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헤리티지재단은 노동시장 자유도 평가를 2005년 신설했는데 그 이후 한국은 줄곧 부자유 또는 억압 단계를 못 벗어났다. 글로벌 기준에
2025.03.11 11:05 -
[데스크칼럼]가위 바위 보, 승복의 기억
어릴적 기억을 떠올린다. 친구나 지인 혹은 가족과 순서를 정할 때, 혹은 의견이 엇갈릴 때 우리는 국민 게임으로 의사결정을 이뤄냈다. 이를테면 피자를 나눠먹다 딱 한 조각이 남았을 때 호기롭게 ‘가위 바위 보’를 외쳤다. 이 승부로 대망의 마지막 조각의 주인공을 가르곤 했다. 승리를 위해 상대방의 패턴을 분석하고, 때로는 손바닥 속 어둠을 바라보며 점을 치기도 했다. 누군가 확연히 늦게 내 게임이 성립하지 않는, 이른바 ‘각하’ 요건만 아니라면 우리는 탄식과 함께 패배를 수용했다. 괜히 국민게임이 아니다. 욕망이 있는 다수의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가 유지되려면 서로의 합의된 약속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 ‘가위 바위 보’도 좀 거창하게 말해서 유구한 전통의 합의된 질서이자 갈등조정 시스템이었다. 유치하게 ‘가위 바위 보’ 이야기를 꺼낸 건 오랜 기간 체화된 이 승복의 경험이 지금 이 타이밍에 너무나 절실해서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변론을 거쳐 이제 최종
2025.03.11 11:04 -
[헤럴드비즈] 민영기업 수장 총출동…경제전쟁 속 中속내는
“이번엔 달랐다.” 지난달 17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민영기업 간담회가 끝난 후 현지 기업총수들의 일성이었다. 민영기업 간담회는 2018년 11월 개최 이후 6년 만에 열렸다. 현지 언론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만큼 상징적인 메시지가 이어지며 과거 회의와는 결이 달랐다는 평가다. 첫 번째로 간담회에 참석한 민영기업의 면면이 주목을 받았다. 업종으로 보면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우주항공 등 빅테크 과학기술 분야가 주를 이뤘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에서부터, 휴머노이드로봇 군무로 유명세를 탄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싱, 샤오미의 레이쥔, 텐센트의 마화텅 등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동안 뉴스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알리바바 마윈의 참석도 눈길을 끌었다. 2018년 간담회에 참석했던 몇몇 부동산 기업 대표는 이번엔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부동산이 이제 더 이상 민영기업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 이제는 ‘과학기술과
2025.03.11 11:04 -
[사설] 관세충격에 美증시도 경기침체 공포, 韓경제 난제 산적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나스닥은 4% 폭락하며 2022년 9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다우존스와 S&P500도 각각 2%대의 하락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냐는 질문에 “과도기는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 경기둔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게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풋(Put)’을 기대했지만 트럼프는 되레 증시 하락을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특히 나스닥의 주축인 ‘매그니피센트 7(M7)’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테슬라는 15% 넘게 떨어져 5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애플·엔비디아·메타플랫폼스·알파벳도 각각 5% 안팎으로 떨어졌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주이 4~6%대 하락을 기록하며 시장 불안을 반영했다. ‘트럼프 효과’가 하루 새 사라진 것
2025.03.11 11:03 -
[사설] 혼란 키우는 행정·사법·입법 기관, 조속한 헌재 선고가 답
도대체 대통령 이하 관료와 여야 국회의원, 사법·수사기관 판·검사들이 국가운명과 국민삶에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갈등해결과 국민통합을 추구하기는커녕 이들 헌법기관이 오히려 혼란과 분열의 원인이자 기폭제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우리 사회 혼돈상은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한층 극에 달했다.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가 정국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수만, 수십만명씩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회·경제적 비용의 거대한 소모를 막기 위해선 헌법재판소의 조속하고 현명한 탄핵심판 선고만이 지금으로선 유일한 답이다. 윤 대통령의 구속과 수사, 석방 과정에서 법원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계기마다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25부는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문에서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구속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2025.03.10 11:08 -
[사설] 제조업 생산 급감, 구조적 둔화 신호 아닌가
한국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1월 제조업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4.2%,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14.4%), 기계장비(-7.5%), 1차금속(-11.4%) 등 주력 산업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정부는 설 연휴와 전월 기저효과 탓이라고 하지만 일시적 요인으로만 볼 게 아니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구조적인 둔화 국면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 감소폭은 2023년 7월(-6.6%) 이후 최대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제품 출하가 1년 전보다 7.4% 감소하며, 2023년 1월(-9.2%) 이후 2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6.2% 감소했다. 특히 수출 출하는 지난해 12월보다 10.3% 급감해 뚜렷한 수출 둔화를 드러냈다. 단순한 재고 조정이 아닌 실질적인 수요 둔화를 의미한다. 일본과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사재기’ 주문을 늘린 반면 한국 제품에 대한
2025.03.10 11:08 -
지금 문화예술계는 ‘보릿고개’를 지나는 중[권혜수의 문화텔레스코프]
‘보릿고개’라는 말, 잊힌 지 오래 문화예술계의 ‘보릿고개’는 여전 문화 텔레스코프-문화·예술 현장편 ○ 문화예술계 ‘보릿고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봄이 왔다, 겨울을 이겨낸 초목들의 물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보릿고개’란 말이 있다. 겨울이 지나 보리가 익기 전까지 식량이 부족했던, 우리 역사에서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는 생존의 처절한 시기였다. 예술은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민요에는 보릿고개의 어려움을 견디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던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고, 판소리에도 보릿고개를 겪으며 서로 돕는 공동체 정신이 강조되는 대목들이 존재한다. 보릿고개는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의 시기가 아니라, 예술을 통해 위로받고 공동체의 힘을 확인했던 시대였다. 음악과 무용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역할을 했으며, 민속악과 전통 공연예술은 그 당시에도 중요한 위로의 수단이 되었다. ○ 현실의 ‘보릿고개’, 지원 체계의 한계와 예술인들의 고통 먹거리가
2025.03.07 16:21 -
[사설] 이제야 연금개혁안 접근, 여야 국정협의 속도 더 내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제야 연금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접근시켰다. 여야는 6일 모수개혁을 먼저 협의하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는 추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조개혁과 함께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가진 양당간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장 간 회동에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빠졌지만 이날 회의는 여야정 국정협의회 차원에서 열렸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여야가 모여 이만큼이라도 국정 현안에 뜻을 모은 것은 약 3개월만에 처음이다. 추가경정예산안과 반도체특별법도 한시가 급한데 아직도 평행선이다. 여야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에서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에 대해선 국민의힘 43%, 민주당 44%인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 의장이 중간인 43.5%로 하고 현재 정부가 5년마다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보고를 강화하는 중재안을 냈지만 여야가 수용하지 않았
2025.03.07 11:09 -
[이영만의 세상만사] 봄인 듯 봄 아닌…봄다운
봄이다. 머잖아 봄바람, 꽃바람이 겨우내 닫혀 있었던 몸과 마음을 열어젖힐 터이다. ‘봄추위가 장독 깬다’고 경칩 지낸 날씨 치곤 제법 맵지만 우리는 안다. 그야말로 혹독한 동장군도 ‘따스한 바람, 품에 안고 살랑살랑 다가오는 봄처녀’를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오늘 우리네 춘삼월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느닷없는 계엄과 몇 달째 뒤엉켜 있는 탄핵 찬반의 소용돌이로 정치는 어지럽고, 경제는 회복이 가물가물하고, 사회는 어수선하고, 살림은 쪼그라들었다. 기쁠 땐 궂은 비도 낭만이지만 서글플 땐 화사함도 비극이듯이 어쩌다 찾아오는 즐거움도 즐길 수 없다. 가슴 한구석에 도저히 털어낼 수 없는 찜찜함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마냥 그러지 않아도 된다. 돌이켜보면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이런 봄’이 처음은 아니다. 을사늑약의 빌미가 된 1904년 2월, 전두환의 ‘친위 쿠데타’로 비롯된 1980년 3월,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의 4월이 그러했듯 부지기수였
2025.03.07 11:08 -
[사설] 돈줄 말라가는 기업들…정책 불확실성 해소부터 먼저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나빠졌고, 5곳 중 1곳은 이자 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한다. 기업 대부분( 96.9%)이 올해 경제 위기 가능성을 염려하고, 이 중 22%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기업들이 이제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1000대 기업(공·금융기업 제외, 100개사 응답) 중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곳은 호전됐다는 곳의 3배에 달했다. 특히 건설·토목(50.0%), 금속·철강(45.5%), 석유화학·제품(33.3%) 순으로 높은데, 수요둔화에 고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높은 차입금 등 어려움이 겹친 탓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자금조달 창구 마저 막힐 경우 ‘제2의 홈플러스 사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신용등급 평가 전망이 부정적인 곳이 20개에 달한다. 여기에 국내 경
2025.03.07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