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표정의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판결 결과가 이 내용대로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는 형량이다. 법원 판결에 따른 ‘사법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한성진)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공직선거법 18조는 ‘선거범’의 경우 ‘100만원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 또는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하거나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19조는 ‘선거범’에 해당돼 선거권이 없는 사람에 대해 피선거권이 없다고 정하고 있다.

침통한 표정의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이 대표의 혐의는 크게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 2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고 김 처장 관련 발언 부분에선 ‘김 전 처장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부분에 대해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증거로 제출된 사진이 찍힌 그 때에 골프를 친 것이 아니라는 의미였다”며 “공개된 사진은 골프를 친 당일 사진이 아니므로 허위가 아니고, 김 전 처장과 골프를 함께 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허위 사실 표명 여부에 대해 일반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표현의 전체적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발언은 ‘김 전 처장과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해외골프 동반행위를 했지만 김 전 처장이 하급직원이기 때문에 몰랐다고 발언하는 것은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 진실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외 골프 동반행위를 했지만 김 전 처장이 ’하급 직원‘이기 때문에 몰랐다고 발언하는 것은,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 진실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골프 발언‘에 대해 허위이고, 고의도 인정된다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부분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은 혁신도시법 의무조항에 근거한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라며 “피고인이나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이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 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돼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모두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뤄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해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며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어, 범행의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야 하지만, 허위 사실 공표로 인하여 일반 선거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취득하여 민의가 왜곡될 수 있는 위험성 등 역시 고려해야 한다”며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공판 마친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재판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이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리스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르게 됐다. 대선 전에 1심 선고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당장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나설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별도의 4개 형사재판 중 이제 첫번째 1심 선고가 났는데 유죄인데다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는 형량이 선고된 터라 야권은 물론 정치권의 긴장도 높아지게 됐다.

이 대표는 선고 후 기자들에게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다.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