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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불안 가중에 관세 폭탄, 외환위기급 치솟은 환율
미국의 ‘관세 슈퍼위크’가 임박하면서 지난달 31일 아시아 증권시장이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일본 닛케이 지수, 대만 가권지수 등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지수가 4% 이상 급락했다. 한국의 코스피도 공매도 전면 재개에 대한 경계심까지 겹치며 3% 급락해 2480선 밑으로 밀려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하루에만 1조5000억원 넘게 팔아 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들의 매도 물결 속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72.9원을 기록했다.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계엄 및 탄핵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과 미국발 관세의 고저에 따라 널뛰기를 해왔다. 지난해 비상 계엄 선포 직전 1400원 안팎에서 등락하다 계엄 선포와 달러 강세 여파로 가파르게 상승해 연말연초에는 1470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2025.04.01 11:07 -
[헤럴드비즈] 맨해튼의 베어가 될 사람은 누구인가
주방에서 쉴 새 없이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마 위에서 야채를 써는 소리, 프라이팬 위로 기름이 튀며 연기를 내뿜는 고기, 밀려드는 주문에 종이가 배배 꼬이는 단말기. 한 사람만이 하얀 가운을 입고, 큰 소리로 요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베어’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린다면 셰프의 길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한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의 인기와 한류 열풍이 맞물리며 BBQ 레스토랑뿐 아니라 분식, 찌개 등 다양한 한식이 주목받고 있다. 코리아타운에는 외국인 손님이 더 많을 정도로 한식이 대중화됐으며 전통 한식당뿐 아니라 한식을 재해석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도 주목 받고 있다. 맨해튼에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식당은 27곳이나 된다. 최근에는 정식(Jungsik)이 미국 전역에서 한식 최초로 3스타를 획득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100호
2025.04.01 11:06 -
광례, 애순, 금명…그들이 속은 세상, 그들이 수고한 세상 [이형석 칼럼]
#1. 1960년 제주도. 나무하던 아홉 살 소녀가 여름날 잠자리에 홀려 산 길을 저 홀로 간다. 광례 딸 애순이다. 그 끝에는 못돼먹은 것들이 생때같은 딸을 나꿔채 데려가려 시커먼 속을 감춘 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광례가 딸 자취를 쫓아 내달린다. 고무신을 꿰어 신은 맨발이 피투성이가 되는 걸 어미는 모른다. 산 하나를 넘고 간신히, 딸을 다시 품에 안고서야 발에 묻은 흙을 털었다. #2. 1991년 서울, 골목길이 얼어붙은 한겨울 어느 달동네. 이번엔 뒤숭숭한 꿈자리에 조바심 내다 굳이 남쪽 끝 섬마을서 날아온 애순이가, 그 딸 목숨을 살렸다. 단칸 자취방 연탄가스가 삼키려 했던 가난한 대학생 금명이다. 병원으로 내달리느라 금명이 작은 구두에 맨발을 채 다 욱여 넣지도 못해 생채기가 난 줄도 모른 것은 그 어미도 마찬가지였다. #3. 2024년 겨울~2025년 봄 서울. 21세기 한국을 살아가는 어떤 이들의 삶 한 자락도 그와 같았으니, 누구는 한겨울 아닌 밤 중 발이 어는
2025.04.01 11:03 -
[사설] 정부 10조 추경, 적고 늦었지만 여야 대승적 합의를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추진을 공식화했다. 역대 최대 피해를 낳은 산불 대응과 함께 통상·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시급한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고 밝혀오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인데, 정치권도 사안의 급박함을 인식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특히 75명의 사상자와 6800여명의 이재민을 낳은 산불 피해 복구 지원은 한시가 급하다. 당장 거처를 잃은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 마련이 시급하고, 전기·상하수도·도로 등 기본 인프라 복구도 절실한 상황이다. 농가 피해도 상당하다. 사과·배 과수원과 인삼밭이 잿더미가 된 농민들은 생계의 기반을 잃었고 축산업 종사자들은 전소된 축사와 폐사한 가축으로 망연자실해 있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마을도 잿더미가 됐다. 한 두해 지원으로 회복이 어려운 것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 성장률은 1.5%로, 잠재 성장률에 미치
2025.03.31 12:01 -
[사설] 조세부담률 OECD 최하위권…세수 확충 대책도 필수
국가 경제 규모 대비 세금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37개 회원국(통계가 없는 호주 제외) 중 2023년 기준 31위를 기록했는데, 직전 해(24위)보다 7계단이나 떨어졌다.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걷은 세금이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인데, 사전적인 의미로는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가파른 하락은 ‘악성’인 측면이 크다.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법인세의 급격한 감소에서 비롯됐고 국가 재정 적자 규모를 크게 키우는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로소득세는 오히려 대폭 늘어 나라 빈 곳간을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으로 메우는 형국이다. 31일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청책처를 통해 집계한 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0%로 집계됐다. 2015년 16.6%에서 매해 상승해 2022년 22.1%까지 올랐다가 한 해 만에 3.1%포인트 하락한 것이
2025.03.31 12:01 -
[헤럴드광장] 기후위기 해법, 에너지 글로벌 역량 결집 나서야
기후변화는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로, 극단적인 기상현상과 생태계 변화는 물론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염, 산불,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는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는 인류에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또한 기후 위기 재난이 현실로 다가온 대표적 사례로, 전 지구적인 협력과 역량 결집이 필요한 시기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간 패권 경쟁과 기술 보호주의의 확산 등 글로벌 환경 변화로 인해 협력의 복잡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에너지 기술 혁신과 정책 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며,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역할을 지속 수행해 점차 중요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2025년부터 유럽연합의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참여를 앞두고 있어, 국내 기관, 기업이 유럽연합의 회원국과 공동 연구 프
2025.03.31 11:58 -
트럼프·푸틴 위험한 ‘수 싸움’…시험대 오른 우크라이나 [특별기고]
현직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그는 그 발언에 약간의 반어적 표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복잡한 딜레마로 보인다. 미국-러시아 관계를 생각할 때 우리는 항상 냉전과 양극화된 세계, 그리고 두 초강대국과 그들의 영향권을 떠올리게 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세계를 대표하는 경쟁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훨씬 더 쉬웠다. 이념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민주주의, 자유 시장, 그리고 자유를 존중하는 이른바 ‘자유 세계’를 대표했다. 반면 소련은 평화를 위해 싸우며, 그들의 구호에서 강조하듯이 억압받는 모든 국가들과 세계 프롤레타리아를 단결시켜 특히 미국이 상징하는 야만적인 자본주의와 서구 제국주의에 맞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러시아 외교와 그 단순한 접근 방식을 마주해야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말했듯이
2025.03.31 11:48 -
[사설] 산불 참화에도…이러니 0%대 성장 우려
경북과 강원 등지를 휩쓴 초대형 산불로 수많은 국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28일까지 사상자가 60여명이 넘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있었고, 잿더미로 변한 살림살이 앞에서 주민들은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다. 국가 비상상황에서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지만,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는 정치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여야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중단됐던 추경 논의를 재개한다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에선 날 선 대립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비비가 부족하니 추경을 통해 재난 대응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예산안에 재해대책비가 충분하고 당 자체 추경안에 국민안전예산이 포함됐다”고 맞서고 있다. 여당은 야당 삭감 예비비 복원 및 확충을, 야당은 즉각적인 정부 추경안 제출과 논의를 요구하며 산불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협의를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번 추경에 18조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
2025.03.28 11:13 -
[김광진의 남산공방]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의 계산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는 미국 우선주의가 득세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계도 이념이나 가치가 아닌 이익과 힘에 기반한 사이로 전환된 듯 보인다. 유럽 동맹국들은 한 목소리로 자강을 외치고 있다. 여러 미국의 우방국 사이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동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현 상황을 기반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고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화해를 시도하는 중이다. 동시에 유럽 동맹국들에게는 국방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국방비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폴란드는 발빠르게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를 3.5% 이상 증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도 유럽 동맹국들처럼 GDP 대비 국방비 3.5% 증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대선기간 언급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 등이
2025.03.28 11:13 -
[사설] 연봉보다 더 빚진 직장인…상환 잠재고위험가구도 357만
직장인들이 평균 1년치 연봉보다 1000만원 정도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0가구 중 16가구꼴로 소득 또는 자산이 적고 대출은 많아서 원금이나 이자를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부채상환 잠재고위험가구’로 파악됐다. 집 때문이었다. 작년 국내 부동산 대출 규모가 260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중 절반 가까이 가계 대출로 집계됐다. 우리경제가 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말 임금근로자 대출잔액은 평균 5150만원이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의 1인당 평균 급여가 4124만원(2022년)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간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부동산 대출 잔액은 2681조6000억원으로 이중 48.8%인 1309조5000억원이 가계대출이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가 넘거나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초과해 빚갚을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는 ‘잠재고위험가구’는 작년 3월 기준 3
2025.03.28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