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광장] 정치의 사법화, 이제 멈출 때다
국민들이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판결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중요 사안이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사법부가 정치적 문제를 상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 우리 헌법은 권력 분립 원칙을 기반으로 정치적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설계됐다. 법원은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이지,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부에 맡기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적 책임을 법적 판단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는 정치 과정의 실패를 초래하며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정책적 논의와 타협이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정치적 논쟁이 법적 공방으로 변질되면서 국정 운영이 뒷전으로 밀리고, 정책 논의가 실종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
2025.03.26 11:04 -
[사설] 산불 진압 최우선, 장비·인력 부족과 미숙 대처는 문제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닷새째인 26일까지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강풍과 건조한 대기를 타고 불이 급속히 번지는 탓에 진화 작업도 애를 먹고 있다. 국립공원급의 산림 뿐 아니라 천년고찰로 잘 알려진 의성 소재 고운사 건물이 소실되고 이날 오전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10㎞ 까지 불길이 인접하는 등 중요 문화재까지 위협하고 있다. 성묘객 실화가 의성 산불의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대형 화재 대비 장비·인력의 부족, 재난 발생 후 당국의 미숙한 사후 대처 등이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산불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14명 경남 2명 등 모두 18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중상 6명 경상 13명 등 19명이다. 사망자들은 주로 도로,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고, 당국은 이들이 급히 번지는 산불
2025.03.26 11:03 -
MBK의 고려아연 ‘자산매각’ 시나리오 [헤럴드비즈]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와 함께 고려아연의 운명에 대한 우려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단기 수익 추구형 경영 방식이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에 적용될 경우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과 국가 경제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먼저 홈플러스 사태로 드러난 MBK의 실체를 살펴보자. 2015년 MBK는 7조2000억원을 투입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주목할 점은 인수 자금의 약 70%인 5조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MBK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홈플러스의 핵심 점포들을 매각하며 3조400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자산 매각에 집중하는 동안 홈플러스의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했다. 141개였던 할인점은 126개로, 371개였던 슈퍼마켓은 308개로 축소됐다. 매출액은 10년 만에 7조9334억 원에서 6조9315억 원으로 12.6% 감소했고, 한때 3209억 원(영업이익률 4.0%)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021 회계연도부
2025.03.25 14:41 -
[사설] 현대차 31조 美 투자, ‘트럼프 관세’ 넘어 경쟁력 디딤돌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재한 자리에서다. 전기차 생산 공장을 확장하고, 미국 내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하는 등 자동차·부품·철강과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다. 고율 관세를 내세워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현대는 대단한 기업’이라며 치켜세우면서도, 이번 발표를 ‘관세 효과’라며 성과로 내세웠다. 현대차는 이로써 1986년 첫 투자를 시작으로 미국 내 누적 투자 규모를 415억달러(약 61조원)로 늘렸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60억달러를 투입해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공장의 생산 능력을 20만대 추가하고, 미래차 관련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확
2025.03.25 11:18 -
[헤럴드비즈] 경쟁력 강화를 재촉하는 EU
작년은 문자 그대로 ‘슈퍼 선거의 해(Super Election Year)’였다. 미국을 포함해 총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졌으며, 선거 이후 정치는 물론 경제여건과 통상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국 우선주의까지 심화화면서 기업들의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가 강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자신들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뒤쳐졌다는 반성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다. 작년 EU(유럽연합)는 6월 유럽의회 선거 이후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같은 해 12월부로 새로운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5년 연임이 확정됐다. 1기 때와 동일한 집행위원장임에도 불구하고, 폰데어라이엔 2기의 정책 우선순위는 첫 번째 임기때와는 다소 상이하다. 폰데어라이엔 1기의 대표 정책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그린딜(EU Green Deal) 정책이었다면, 2기에서는 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2025.03.25 11:17 -
[사설] 한덕수 대행 복귀, 내우외환 국정 심기일전 계기 돼야
헌법재판소가 24일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87일만에 총리 중심의 내각이 복원됐다. 여당은 “거대 야당의 무리한 입법 폭거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은 한 대행 탄핵소추 부당성의 방패로 삼았던 ‘국회 재적 과반 의결’은 문제가 없었다는 헌재의 판단, 또 한 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위헌·위법했다고 적시한 점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국정공백 장기화에 따른 부담까지 감안한 헌재의 판단이란 점도 중시해야 한다. 야당은 일방통행식 탄핵소추로 석 달간 국정 혼선을 초래한 데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강행한 13번의 총리·장관·검사 탄핵소추 중 헌재 결정이 난 9건 모두 기각된 것을 돌아보고 명분도 실리도 없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은 철회해야 한다. 한 대행 복귀에 그간 1인4역을 했던 최 부총리가 “드디어”라며 반색했지만 경기침체와
2025.03.25 11:16 -
[사설] 토허제 재시행에 대출도 오락가락, 집 장만 누굴 믿나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로 확대됐다. 서울시가 지난 2월 12일 강남권의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를 해제한 지 41일만이다. 규제 지역이 처음으로 ‘구’(區) 단위로 지정되는 등 종전보다 확대돼 기존의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까지 포함하면 서울시 전체 면적의 27%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대상으로 묶이게 됐다. 강남권과 서울 일부 지역에선 토허제 해제와 확대 재시행 예고가 맞물리면서 한 달여 동안 집값이 수억원씩 올랐다가 떨어졌고, 막판인 지난 주말엔 당국의 단속을 피한 매도-매수 ‘007작전’으로 시장이 어수선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까지 가계대출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은행 창구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토허제 방침을 한 달여 만에 180도 뒤집은 것은 해제 이후 집값 급등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번은 ‘토허제를 풀지 못해’ 또 한 번은 ‘토허제를 해제해서’ 사과해야 했다. 오 시장은 1월 14일 토허제 해제
2025.03.24 11:05 -
[사설] 표적관세에 “기업인 형사처벌 과도”지적까지…코너 몰린 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상호관세를 특정 국가에 집중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모든 나라에 전방위적인 관세 조치를 시행하기보다 무역 적자 규모가 큰 국가를 중심으로 표적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무역 적자국 8위로, 트럼프가 ‘대표적 무역 불균형 국가’로 지목해온 터라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트럼프가 예고한 상호관세는 관세뿐 아니라 검역,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상호 관세에 선별적으로 접근할 경우 어떤 국가들이 포함될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유럽연합(EU)·멕시코·일본·한국·캐나다·인도·중국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했다. 모두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포함된 나라들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전날 미국 폭스비즈니스 인터뷰를 통해 “시장은 모든 국가에 초고율 관
2025.03.24 11:04 -
[사설] 18년만의 연금개혁, 남은 숙제도 특위에서 결론 내길
마침내 국민연금 개혁안이 18년만에 마무리됐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3%로 조정하는 ‘모수 개혁’이 여야 합의 끝에 이뤄졌다. 시급한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권이 번번이 외면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합의는 긍정적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논의의 초점은 이제 ‘구조 개혁’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번 연금개혁은 ‘더 내고 좀 더 받는’ 구조다. 월 309만원을 버는 사람의 경우 현재 27만8100원의 보험료에서 12만 3600원이 더 오르는데 2033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인상된다. 소득대체율도 연금을 40년 꾸준히 납입했다면 처음 받는 연금은 123만7000원에서 132만9000원으로 오른다. 평생 동안 내는 보험료는 현재보다 5000만원 정도, 받는 총 연금은 2000만원 정도 각각 더 많아진다. 당장 기금 고갈의 급한 불은 끈 모양새지만 한계 역
2025.03.21 11:48 -
[사설] 尹 선고 지연 갈등·피로감 고조…통합 복원에 국력 모아야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을 선고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은 지정하지 않은 채 한 총리 건(件)부터 2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선고일은 한 총리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틀 연속 선고가 드문 헌재의 관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26일)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27~28일, 늦으면 4월초가 될 것으로 법조계는 관측하고 있다. 최후 시한은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퇴임일인 4월 18일이 될 것이다. “이 극심한 혼돈을 얼마나 더 견디라는 얘기인가?”. 반문과 탄식을 절로 뱉어내게 하는 분노와 좌절의 심정야말로 모든 국민이 한가지일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넉달 가까이 돼가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부터 각 정부 부처, 군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 시스템이 붕괴에 가까운 처참한 형편에 내쳐졌다. 기업과 가계는 바로 내일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할 정도로 앞날이 온통 막막한
2025.03.21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