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4년 뒤 156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의 전망이 나왔다. 정부 추정치보다 53조원이나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2.4%에 이른다. 복지지출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세수부족이 이어지는 영향이 크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책임 있는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

예정처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1177조1000억원으로 4년 뒤 무려 388조원 가량이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46.2%에서 2027년 51%로 뛴다. 2028년에는 52.4%로 상승해 갈수록 속도가 붙는다. 이는 정부 전망치와 차이가 난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2028년 국가채무를 1512조원으로 예정처보다 적게 추산했다. GDP 대비 채무비율 역시 2028년에야 50.5%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복지지출에서 갈리는데 정부는 연평균 6.1%증가를, 예정처는 7.6%증가를 예상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에 쓰일 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정처는 본 것이다.

반면 세수는 쪼그라들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과 글로벌 경기 불안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세수 부족은 만성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56조원, 올해 23조원, 내년에도 세수가 10조원 빈다. 그런데도 국세감면액은 매년 늘고 있다. 2016년 37조4000억원이었던 국세감면액은 내년 78조원까지 늘어난다. 쓸 돈은 느는데 들어오는 세금도 줄고 깍아줘 곳간이 바닥난 상태다. 이러니 부족한 돈을 공공기금에서 임시변통해 쓰는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이다. 기금의 본래 용도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국가채무의 질을 악화시키고 국민부담을 가중시킨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위해 조세 정책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23년 기준 약 1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한시적 감세는 필요하지만 상시화가 돼선 안된다. 무리한 감세 정책을 다시 살피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세수원도 발굴해야 한다. OECD 주요국들은 자산세 등을 통해 안정적인 세수 확보와 성장 분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수입이 적어지면 정부 씀씀이도 줄어 성장률에도 부정적이다.

지출우선순위를 면밀히 따져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기영합적인 복지정책 대신 구조적 대응과 전환 등 꼭 필요한 곳에 돈이 가게 해야 한다. 정부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재정건전성이 구호로만 그쳐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