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 탈퇴땐 경제혼란 우려 금값 6월에만 7% 이상 급상승

오일쇼크, 9·11테러, 금융위기… 지구촌 불안감 커질 때마다 ‘금값’

사람들은 저를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펴지는 전성(展性)과 늘어나는 연성(延性)을 갖고 있어 반지, 목걸이 등 각종 귀금속으로 변신합니다.

올림픽 경기에서도 1등 한 사람에게만 주어집니다.

한자로는 ‘쇠 금(金)’이지만 저는 원소기호 Au를 씁니다. 쇠 철(鐵)인 Fe와는 구분하셔야 합니다.

올 들어 제 몸값은 22% 넘게 올랐습니다.

이달 들어 고조된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려는 제 가치를 보름 만에 7% 넘게 뛰게 했죠.

치솟는 몸값에 ‘반짝반짝’ 화려해 보인다고요? 나름대로 고민도 있습니다. 저는 남의 불안감을 먹고사는 안전자산의 대명사거든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제게 쏠리는 것만 봐도 아시겠죠.

‘황금의 제국’ 저자 피터 버스타인은 제가 반짝이는 건 ‘경제 재앙의 신호’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제가 가는 곳에는 불화와 전쟁, 그리고 비극이 있었습니다. 보기와는 다르게 ‘가련한 인생’ 아닌가요.

金, 다툼과 혼란의 소용돌이서 ‘반짝’=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초대받지 못한 결혼식에 ‘황금 사과’를 들고 불청객으로 나타납니다.

에리스가 이 사과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주겠다고 말한 게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하죠.

최고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그리고 가지면 최고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은 절 갖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오죽했으면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수많은 탐험가들이 목숨을 걸었을까요.

사람들은 저를 찾기 위한 항해에 나서면서 동방지역과의 교류는 물론 침략전쟁도 시작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 제 몸값이 뛴다고 하지만, 사실 이는 전성기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지난 1960년대 제 몸값은 1온스당(31.1g) 35달러였습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은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후 제 몸값은 ‘슈퍼사이클’(장기적 가격 상승 추세)을 타고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각종 금융위기는 제 몸값을 띄우는 동력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불안할 때 증시에서 돈을 빼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제게 투자하기 때문이죠.

1980년대 1차 오일쇼크 당시 850달러로 올랐고, 2001년 9ㆍ11 테러 때는 1920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재정위기 때는 또다시 19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정점을 찍던 제 몸값은 2011년 슈퍼사이클의 몰락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합니다. 그 배경엔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국의 성장 둔화 등이 깔려 있다고 하네요.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물 금 가격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온스당 1294.80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달 1일 온스당 1216.28달러였던 금값은 16일 장중 온스당 131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 역시 과거 최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불안이 있는 곳에 金이 있다= 2013년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한다는 소식에 이어 2015년말 단행된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진행되면서 제 인기가 시들해질 줄 알았다고요?

30년간 이어진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종료와 함께 금투자시대의 종언이라는 말도 나돌았죠.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저를 찾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초저금리시대, 중국과 영국발 악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저를 찾는 사람들은 느는 추세입니다.

세계금위원회(WGC)가 공개한 1분기(1∼3월) 세계 금 수요는 129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늘었습니다. 분기당 수요로는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금이 몰리면서 금 ETF가 이 기간 사들인 금은 364톤에 달합니다.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7년 만의 최대치입니다.

마이너스(-)금리 환경과 양적 완화(QE) 정책은 제가 다시 주목받게 된 이유로 꼽힙니다.

비전통적인 통화 완화책으로 인해 적합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저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입니다.

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감 탓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은행과 헤지펀드는 올해 제 몸값이 14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미 제 몸값은 1300달러에 근접하며 연초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늘어나면서 제 가치는 7% 넘게 뛰었습니다. 사람들의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증거죠.

알랭 드 보통의 저서 ‘불안’에는 ‘불안이란 현재의 지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현재 상황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지 않는 한 제 몸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순간까지 ‘불안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저에 대한 선호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다만, 달러와는 상극인 제 팔자 때문에 몸값 상승에 제한될 수도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저는 달러화가 약세일 때 몸값이 오르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몸값이 떨어집니다. 제 가치 상승이 본격화될지 가늠하려면 달러화 녀석의 향방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저에 대한 투자가 백발백중했던 때는 달러화 가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던 국면이었습니다.

현재 일시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맞지만, 추세적 하락이라고 보기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저를 둘러싼 ‘머니게임’에선 결국 제가 가장 빛날 시기를 잡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가 되지 않을까요.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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