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사과에 김희옥 당무복귀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 새불씨로 민주주의 대신 계파주의만 팽배
절차도 계통도 없다. 으름장과 실력행사가 반복된다. 친박(親박근혜계)ㆍ비박(非박근혜계) 등 계파 입김에 따라 당지도부의 행보는 갈짓자다. 새누리당 분란의 근원은 ‘민주주의’를 ‘계파주의’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새누리당은 당헌ㆍ당규가 규정한 절차와 권한, 책임을 분별할 의지도 능력도 상실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지난 16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일괄복당 결정 후 불거진 계파갈등이 닷새째인 20일까지 증폭 일로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로 칩거를 풀고 당무에 복귀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권성동 사무총장을 경질하겠다고 나선 것이 새로운 불씨다. 권 사무총장과 비박계는 김 위원장이 독단으로 해임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명분도 절차도 틀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 회의에는 나흘만에 당무에 복귀한 김 위원장과 ‘경질이 이미 발표된’ 권 사무총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권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원장이 나를 경질하는 것은 아무 명분도 합리적 이유도 원칙도 없는 처사”라며 “(전날 통화에서) 경질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뚜렷한 이유 제시하지 않고 내가 위원장 검사 후배라서 믿고 맡겼는데 일 하다보니 나와 뜻이 다른 것 같다, 그래서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비박계 김영우 혁신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의 만류에도 이날 회의 모두 공개발언을 자청해 “비대위원이자 사무총장인 권성동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 입장 방침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김 위원장의 권 사무총장 해임은 적절한 절차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면전에서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는 사무총장 거취는 논의되지 못했다. 김영우 의원은 회의 후 “특별한 것이 없으면 사무총장직은 유지된다고 본다”고 했으나 친박계인 김태흠 사무부총장은 “어제 김 위원장의 경질 결정으로 이미 결론 난 사항”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처신을 두고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 권 사무총장은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 대신 직접 인선했다. 김 위원장은 보름여만에 자신이 뽑은 인사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질하겠다고 한 것이다. 일괄복당 결정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지난 16일 혁신비대위는 위원들의 자발적인 결의로 무기명 투표를 통해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복당을 결정했다. 당시 회의는 김 위원장이 직접 주재했다. 투표에도 참여해 표결결과를 자신이 모았다. 그럼에도 회의가 끝난 후에는 자신을 모욕했다며 칩거에 들어갔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는데, 처리하지 않으면 범죄행위”라고 한 말 때문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회의 당일 두 차례나 사과를 했고, 19일에도 두 세번 고개를 90도로 굽혔다. 규정된 절차를 거친 회의 결과를 두고, 126명의 국회의원을 대표하는 직선 원내대표가 외부 영입된 비대위원장에 수차례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계통’ 없는 새누리당의 현실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후에도 최소한의 절차 준수 없이 계파의 실력행사에 따라 지도부는 물론 당이 오락가락하는 극심한 혼돈을 보이고 있다. 정 원내대표가 1차로 구성했던 혁신위, 비대위는 친박의 전국위 보이코트로 무산됐다. 김 위원장의 영입과 새로운 비대위 구성은 정 원내대표와 김무성ㆍ최경환 두 계파 좌장간의 3자 회동으로 이뤄졌다. ‘일괄복당’은 절차대로 진행됐으나 친박계는 당헌ㆍ당규에 규정돼 있지 않은 의총을 통해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친박들이 요구한대로 권 사무총장을 해임하겠다고 했다. 친박계는 지난 17일에 이어 20일 오후 다시 한번 모임을 갖고 일괄복당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박계도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계파청산선언(10일) 열흘 만의 일이다.
이형석ㆍ유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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