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에서 자동차 보험을 든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부정부패지수가 전세계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라면 보험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갖는 것이 옳다.
더구나 국가가 보험회사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부패한 콩고정부를 믿고 보험을 들어도 될까? 답은 ‘아니다’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다. 보험 가입후 사고라도 나면 악명 높은 늑장처리와 마주해야 한다.
‘SONAS’ (Societe Nationale d’Assurance 소나스ㆍ콩고정부 보험회사)는 늑장 행정처리가 유명하다. 콩고에서는 뒷돈을 주지 않고 정직하게 행정처리를 기다렸다가는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공무원들이 개인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늑장행정에 피해를 보는 국민들은 불만을 제기하다가도 결국 쌈짓돈을 털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 1월 사무실 앞에서 가해자 차량이 후진을 하다 관용차량 백미러를 부수고 차문 일부를 찌그러뜨린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근처에 군인과 경찰이 있어 가해자는 콩고에서는 흔한 뺑소니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상대측이 100% 책임지고 보험처리를 하기로 했다. 그 때부터 지루하고 부패한 행정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6개월이 지나서야 보험회사는 지정한 정비소에서 수리할 것을 통보했다. 그런데 지정 정비소는 정식 정비소가 아니었다. 관용차는 현대차량이므로 현대자동차 정비소에서 수리를 받아야 하지만, 보험회사는 가장 저렴한 정비소를 지정해 주었던 것이다.
현지인 운전기사와 함께 정비소를 찾아가니 간판도 없고 허름한 어느 주택가 도로변에 차를 세우라 하고 정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앞 차문을 뜯고 각목덩어리로 찌그러진 부분을 바깥쪽으로 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 뭐하냐는 것이냐’는 물음에 되려 당당하게 자신은 숙련되고 전문적인 정비사임을 확인시켜 주던 그 순간의 치욕(?)을 잊을 수가 없다.
콩고에서 최근 5년간 차량 등록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지만 (2015년 킨샤사시 차량등록대수 40만대), 정비 시설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을 뿐 아니라 경비를 줄이기 위해 중고부품은 물론 위험한 수제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보험회사가 비싼 보험료를 징수하고도 이런 개인 정비소를 보험적용 업체로 지정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지만 말이다.
현재 아프리카의 프랑스어권 국가에 모두 진출해 있는 프랑스 보험업체 ASCOMA를 필두로 UAP RDC (남아공회사), BUD, OLD MUTAL 등이 진출해 있으나, 민간업체의 진출이 최근인데다가 고객들이 워낙 SONAS에 익숙해져 있던 관계로 민간보험업체로의 고객 대이동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민간보험사들이 질 높은 서비스는 물론, 보험료 할인 등을 제공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콩고의 자동차보험시장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