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사용인으로 분류돼 노동3권,4대보험 적용 못받아
-직업교육ㆍ산재처리도 ‘자기 부담’으로 할수밖에 없어
-적은 임금ㆍ가혹한 노동환경에도 항의할 방법도 없어
-휴식시간 잘 보장도 안돼 ‘한숨’…권익개선 절실한 때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체중이 나가는 환자들이 손도 까딱 안하고 누워 있는 상황에서 일으키다 보면 허리가 삐끗하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됐는데 결국 내 돈으로 침만 맞고 말았어요.”
한 종합병원에서 간병일을 하는 김모 씨는 이른바 ‘돌봄노동’을 하는 가사돌봄근로자다. 말은 근로자지만 근로기준법에는 ‘가사 사용인’으로 분류돼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임금교섭 등 노동 3권을 보장받지못하는 것은 물론, 산재ㆍ고용ㆍ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가입률도 턱없이 낮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데다 제도적으로 배제되다보니 이들의 빈곤과 권리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근로기준법 제11조와 최저임금법 제3조는 각 법의 적용 대상에 대해 “가사사용인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외 임금채권보장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근로자보호법 등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법적 권리로부터 소외된 상황이다. 가사돌봄노동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가사돌봄노동자가 사용자의 집에 거주하면서 일을 하던 시기에 일종의 ‘하인’이나 유사가족으로 여겨지던 시기의 관습이 법제화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근로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면서 이들이 겪는 제도적 소외는 다방면에 걸쳐있다. 2013년 현재 27만여명의 가사돌봄근로자 중 99.1%는 여성이다. 사실상 가사돌봄노동 자체가 여성의 일인 셈이다. 이들 중 4대보험 가입율은 6~7% 수준에 그친다. 산재보험은 특히 그 비율이 낮아서 4% 수준이다. 전체 여성 근로자의 34~40%가 4대보험에 가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다보니 보험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정작 일거리가 없거나 일하다 다치더라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가사돌봄근로자들은 평균 1년에 100만~200만원의 근골격계 질환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이들이 법적 보호를 받는 근로자였다면 산재 처리됐을 돈이다.
장시간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70.7%는 근로 시간에 따라 50만~15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 가사서비스는 시간당 1만원에 기본 4시간, 간병의 경우 24시간 개인간병은 1일 7만원, 공동간병은 1일 5만원 선이다. 보육서비스는 서비스 내용과 근무시간이나 돌보는 아이 수에 따라 다양하기는 하지만 시간제는 시간당 8000~1만원, 월급제는 주5일 근무에 150만원 안팎이다.
간병인 박모(60) 씨는 “주는 분은 목돈을 모아 주니깐 또 부담도 되겠지만 받는 쪽에서는 최저 임금의 반도 못 받는 경우도 태반”이라면서도 “이 나이에 일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참는다”고 했다.
이들은 일을 계속 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직업훈련’ 비용도 자신의 임금에서 쪼개서 부담하고 있다.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이 비용을 부담할 사용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교육훈련은 알선기관의 재량에 고스란히 떠넘겨져 있다. 비영리 기관의 경우 기본교육 외에 보수교육이나 월례회의 등을 통해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영리기관에서는 기본 교육 외에는 다른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 게다가 공인된 훈련과정이 없다보니 이전에 속한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더라도 알선기관이 바뀌면 또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이 없다보니 휴일과 휴게시간도 고객의 재량에 놓여있다. 출근한 엄마 대신 갓난아기를 봐주는 보육일을 하고 있는 신모 씨는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해서 특별하게 휴식시간은 없다”며 “할머니가 오셔서 쫓아 다니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다”고 했다. 사용자들은 비용을 지불한 만큼 이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휴식시간을 잘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고충이다. 간혹 가정 내에 폐쇄회로(CC)TV를 두고 감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이 끊길까 쉽게 항의하기도 어렵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가사돌봄근로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보호입법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지만 준비단계에서 무산됐다. 한국YWCA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입법의 조속한 추진과 정부의 ILO 가사노동자협약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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