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새누리당의 쇄신 작업을 책임진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갈림길에 섰다. 4ㆍ13 총선 당시 탈당한 무소속 당선자들의 일괄 복당 요구가 거세지면서부터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부산 지역 민심이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복당 논의를 미룰 수 없다. 그러나 당내 주류인 친박(親박근혜)계는 여전히 “너희는 논의만 하라. 결정은 차기 지도부의 몫이다”라는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정치적 부담을 질 것이냐, 허수아비라는 비난을 자처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월요일 정례회의를 거쳐 지난 화요일에는 당 지도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했다. 비대위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은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하태경 의원(부산시당 혁신위원장)으로부터 ‘활동보고서’를 전달 받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새누리당 부산시당이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가 담겼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부산시민들은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당 지도부의 공천 파동’을,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국민 사과를 넘어선 ‘당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일고 있는 무소속 당선자 7명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전 전원 복당시켜야(35.6%)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전원 복당은 반대, 선별적 복당시켜야(27.5%), 전당대회 후 다시 논의해야(26.2%) 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하 의원은 보고서 전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계파 청산’을 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계파 청산 선언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66%에 달했다”며 “공천이 너무 늦게 이뤄져 그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단결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비대위에 혁신도 없고 비상함도 없다’는 비판을 자각해서라도 뼈를 깍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혁신의 첫 신호탄으로 무소속 당선자 복당 작업을 늦춰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감지된 셈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난감한 모양새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 대다수가 비대위의 무소속 복당 결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정해지고 당 골격이 갖추면 그때 복당 문제를 논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비대위가 이 문제 논의한다고 한 것 같은데 결국 차기 당대표 최고위원들에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친박계 재선인 이장우 의원 역시 “복당 문제는 비대위가 논의는 할 수는 있지만 결론 낼 수는 없다”며 비대위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대위 구성 당시 “혁신에 관한 전권을 위임하겠다”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약속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대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부인사는 사실상 당내 권력 구조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내부인사는 친박이 우위에 서 있는 구조”라며 “일광 복당 허용이든 선별 복당이든 비대위가 과감히 토론하고 결론을 내는 모습을 보여야 허수아비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