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절대권력에 맞서야 하는 한 남자의 무기력한 분노와 절망은 과연 정의 구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외침, 그 문구를 새기고 다니는 것이 한 가정을 파탄에 몰어넣고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자들이 안고 다닌다는 게 더 섬뜩하기만 한 KBS 2TV ‘골든크로스’ 이야기다.
최근 안방엔 거대권력에 맞서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KBS 2TV ‘골든크로스’를 비롯해 SBS ‘쓰리데이즈’에서 경호관 한태경(박유천)은 아버지의 죽음과 대통령 암살의 배후를 추적하고 있다. 방영을 앞둔 드라마들도 권력에 맞선다. 그 안엔 재벌가의 추악한 진실이 담겼고, 그 안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8일 첫 방송을 앞둔 KBS2 ‘빅맨’은 어느날 갑자기 재벌그룹의 장남이 된 고아출신 남자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절대권력에 맞서는 이야기로 제작진은 “권력에 맞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리더상을 그려간다”고 밝혔다.
30일부터 방영될 MBC ‘개과천선’은 인생의 목적이 돈에 불과했던 변호사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뒤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고,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강남경찰서를 둘러싼 1년차 신입 형사 4명과 최고의 수사관인 강력반 팀장의 이야기를 통해 이 사회의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정, 재계의 비리와 권력에 맞서는 드라마는 이미 2012년 SBS ‘추적자’ 이후 속속 등장했다. 기득권층의 비리에 맞서고 그들만의 세상에 담긴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자 시청자들의 반향도 컸다. 특히 지난해 국민들의 공분을 산 남양유업을 비롯한 유수 기업과 기업가들의 갑을 논란과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폭로된 ‘사모님의 수상한 외출’, ‘현장21’이 다뤘던 연예병사 근무태만 논란을 통해 촉발된 ‘그들만의 세상’에 대한 분노가 드라마로도 이어졌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골든크로스’(극본 유현미, 연출 이진서, 제작 팬엔터테인먼트)는 상위 0.001% 최고위층으로 한국 경제를 움켜쥔 비밀클럽 골든크로스의 음모에 휘말려 가정이 무너진 한 검사가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는 김강우. 드라마에서 김강우는 눈물이 마를 새도 없다. 현재의 상황은 충격과 절망 속에 무기력함의 연속이다. 지난 4회 방송에서는 여동생의 죽음 뒤에 가려져있는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도윤(김강우 분)의 모습과 서동하(정보석 분)를 비롯한 ‘골든 크로스’의 추악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동생을 죽이고 아버지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거대 자본세력 ‘골든 크로스’ 와 맞붙어야 하는 강도윤의 모습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세월호 침몰 참사를 겪으며 비탄에 빠진 대한민국의 분노가 투영된 듯한 모습도 연출한다. 특히 ‘대사 반 눈물 반’이라 불릴 만큼 비통한 강도윤의 모습은 약자에게 먼저 찾아오는 재난의 불행과 일그러진 권력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를 대변하는 분위기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현실을 반영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대국민 공분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또 한 번 분노와 절망을 가져왔다. 재난은 언제나 약자에게 먼저 찾아오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들만의 정보를 공유하며 살 길을 모색해왔다.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가 여과없이 전해진 때에도 책임회피와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처과정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대중문화는 권력에 맞서는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끌어들여 다시 한 번 묻는다. “우리 사회에 정의는 살아있냐”고. 최근 종영한 SBS ‘신의 선물-14일’의 최종회에서 딸을 유괴한 범인을 찾던 중 거대한 권력을 마주한 배우 이보영의 대사는 결코 드라마 속 한 장면으로 비치지 않는다. “내 아이는 국가의 희생양입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어린아이는 더더욱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 어떤 직무가 아이의 목숨보다 소중한 걸까요? 저는 이제 대한민국 경찰도 이 나라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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