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지난 4ㆍ13 총선에서 최대 이슈 중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각 정당들이 앞다퉈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최대 9000~1만원 올리겠다고 공약했는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표퓰리즘이란 비판이 많았다. 정당들이 공약한 최저임금액을 달성하려면 인상률이 3~4년 내 연간 10%가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같이 내수 등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이 같은 인상률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저임금 인상률 추이를 감안할 때 2020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8~9% 정도가 적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최저임금 4110원으로 전년(4000원)에 비해 2.75% 낮은 인상률을 보인 뒤 2013년(6.1%)까지 조금씩 인상률이 높아졌다. 이어 2014년 7.2%, 지난해 7.1%, 올해(6030원) 8.1%로 7~8% 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런 추이로 볼 때 단계적으로 8~9% 가량 오르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연 13.4% 가량 인상돼야 한다. 새누리당 주장처럼 2020년까지 9000원으로 올린다고 해도 연 10.5%로 10%대가 넘는다. 결국 4년 내 연간 10% 이상의 인상률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명을 요구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최저임금 인상에는 공감하지만 갑자기 연 10% 이상 인상률로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기대심리만 높일 뿐”이라며 “현실적으로 볼 때 8~9% 인상률이 적정한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시기나 인상액을 언급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저임금은 근로자들의 최소한 생계 유지비와 유사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과 물가, 기업 경영 상황 등을 종합적 고려해 결정된다. 때문에 최저임금액을 사전에 못 박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기대심리만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려 중위 소득의 근로자의 생활수준을 높여야 내수가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그때 경제상황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데 미리 시기와 목표액을 정해 놓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저임금 9000~1만원 주장들이 여론몰이가 돼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면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에 대한 기대감만 부풀려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노사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적정금액이나 인상폭을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며 “최저임금은 전체 사업장의 임금 수준을 견인하는 가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합리적인 심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