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홈쇼핑에서 여행상품이 실종됐다. 5월 가정의 달 대목 열기를 한창 띄어야 할 때 대표상품이 사라진 셈이다. 호텔에선 각종 연회 등 예정돼 있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극장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극장 매출이 최근 들어 많게는 30% 까지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예전 같았으면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도 시원치 않은 5월 가정의 달이 실종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5월 가정의 달마저 삼켜버린 것이다. ‘세월호 트라우마’에 빠진 민심을 헤아리기 위해 유통업계는 각종 프로모션 행사를 자제하며 최대한 ‘조용 모드’로 돌아섰다.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예정됐던 여행상품 방송을 전면 취소했다. 이번 여객선 여객선 침몰사고가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을 태운 선박 사고였던 만큼 애도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내린 결정이다.
CJ홈쇼핑은 지난 18일과 19일 심야에 편성됐던 모든 여행 프로그램의 판매방송을 취소하고, 기존에 나갔던 일반상품의 판매방송으로 대체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17일과 19ㆍ20일에 예정돼 있던 상조상품과 여행상품의 방송을 취소했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 될 때까지 여행상품과 상조상품 방송을 잠정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GS샵도 지난 주말 예정됐던 여행상품 방송과 여행가방 판매방송을 취소했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회사와 해당 업체의 합의 하에 여행 레저 관련 방송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며 “전 국민이 이번 사고로 슬픔에 빠진만큼 경건한 분위기에서 방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5월 가정의 달 대축제’ 등 대대적인 슬로건 아래 각종 행사를 진행했겠지만 최근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5월 가정의 달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조금씩 되살아날 조짐을 보였던 호텔업계의 객실 운영도 이번 사고로 멈춰섰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올해 들어 (업계가) 살아나는 분위기었지만 (이번 사고로) 다시 객실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어버이날을 맞아 예정돼 있던 가수 혜은이 40주년 콘서트를 잠정 연기했다. 사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가수협회와의 협의 하에 내린 결론이다. 지난 19일과 20일에 예정된 25개 와인 업체들과 진행하는 ‘와인페어-구름 위의 산책’도 연기됐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도 지난 19일 개최 예정이던 야외 마켓 행사를 연기했다.
이외에도 특급호텔 연회장 등에 잡혀 있던 기업체나 공공기관의 행사도 잇따라 취소됐다.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은 4월 중에 잡혀 있던 기업체와 공공기관의 연회 등 행사 9건이 취소됐다고 전했고, 밀레니엄 서울힐튼도 3건의 기업체 행사가 예약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랜드 힐튼 서울 역시 컨벤션 센터에 예정되어 있던 컨퍼런스나 행사 스케줄이 잠정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호텔그룹의 경우는 각 체인 호텔에 프로모션을 일체 자제하라는 방침을 내리기도 했다.
또 다른 특급호텔 관계자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등 경우에는 호텔에 대한 수요가 많아 무턱대고 프로모션을 안하고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들뜬 분위기는 가라 앉히고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년 중 ‘대목’으로 꼽히는 4월말~5월 초를 앞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우울증’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은 눈에 띄게 줄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주말엔 매장이 썰렁할 정도로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유통업계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최대한 행사를 줄여 나가는 추세다. 아예 광고 프로모션까지 중단하며 신중 모드로 돌아선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대목 장사’를 접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유통업체들의 고민이 크다고 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4월말 5월초가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가장 피크다. 거기에 5월 초에 사상 최대 유동인구가 생길 것이라고 하고 노동절을 맞아서 중국 관광객도 많이 들어온다고 하니 업체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며 “뭔가를 해야하지만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면 섣부르게 움직이기 어렵다. 아직까지 행사를 취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바는 없지만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hanimom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