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이스라엘에서 1주일 정도 머물때의 얘기다. 하루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갑자기 요란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순간, 모든 차들은 정지했다. 가이드가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잠시 내렸다.돌아온 그는 “역에 가방이 하나 있나봐요”라고 한다. 의아했다. 역에 가방 하나가 있다고 모든 차가 정지하다니….
그의 설명은 이랬다. 역에 확인되지 않는 가방이 하나 있어 대테러팀이 급파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화약고 중 하나다. 팔레스타인과의 오랜 분쟁 등으로 테러가 끊일 날이 없다. 그러다보니 미확인 가방 하나가 생기면 곧바로 신고가 들어가고, 폭발물이 아닌지 확인키 위해 대테러팀이 금세 출동한다는 것이다.
놀랄만한 것은 가방의 폭발물 여부가 확인되기 까지 모든 사람들은 차내에서, 또는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한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이런 일은 수차례 일어난다. 일상은 그 시간만큼은 스톱된다. 그렇지만 테러로 인한 수많은 희생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이스라엘인들은 ‘안전이 최고’라는 것을 경험상 터득했기에 그런 ‘일상의 불편’은 스스로 감수한다는 것이다.
‘위험 앞에선 불편을 참는다’는 ‘공공 인내의 법칙’은 이스라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텔아비브대학을 방문했을때다. 큰 정문이 있는데, 바로 옆의 한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조그만 문 앞에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줄을 서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다. 검색대를 통과하느라 줄을 길게 선 것이다. 기자의 짜증나는 표정을 읽었는지, 가이드는 한마디 던진다. “이 나라는 검색에서 시작해 검색으로 끝나는 나라입니다. 대학, 관공서, 호텔, 놀이공원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는 무조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해요. 그렇다고 누구 하나 불만을 터뜨리는 이는 없습니다. 목숨에 비해선 너무나 사소한 불편함은 당연한 것이죠. 그게 이 나라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죠.”
대한민국에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이 발생했다. 육지 코 앞에서 벌어진 사고에 손 한번 제대로 못쓰고, 수많은 젊은 희생자를 낸 인재(人災)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울화통이 터진다.
사고 주범은 많다. 승객은 나몰라하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 그 전에 안전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해운기관, 사고 후 우왕좌왕했던 해경 등 재난 관계 당국….
하지만 진짜 주범은 우리 어른들이다. 긴급 앰블런스에 차선을 비우는 데 인색한 어른들, 안전문제는 “내 일이 아니겠지”라며 공공장소에서 먼저 입장하려 다투는 어른들, 사고 매뉴얼은 다 잊고 아이들에게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어른들, 위험한데도 서류 하나로 모든 행정을 다 끝내는 어른들. 세월호 참사는 바로 이같이 원칙이 없고, 안전불감증에 사로잡힌 우리시대 어른들 때문에 생긴 비극이다.
글을 쓰는 이 시간. 창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다. 비가 아니다. 이것은 하늘이 뿌리는 ‘애통의 눈물’이다.
하지만 진짜 반성의 눈물을 흘려할 이는 우리, 어른들이다.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함민복 시인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아픈 마음을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라는 시로 표현했다. 슬픔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아, 정말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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