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8일 한국판 양적완화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 시급한 ‘구조조정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지원 논의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며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은 미국 등 선진국의 ‘무차별적인 돈 풀기’가 아닌 ‘선별적 양적완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관계기관이 협의해 구조조정 재원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한국판 양적완화’와 관련해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데 방법을 강구해보자는 것”이라며 “한국판 양적완화는 미국의 ‘양적완화(QE)’랑 다르다. ‘한국판’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한은법 개정에 대해선 “구조조정을 위해 누군가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여야가 어디 있느냐. 야당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재정 자금이든 한은 자금이든 있어야 한다. 거기까지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야당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주축으로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관계자가 참석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협의체에서 구조조정에 대비한 구체적인 필요 재원 규모 산정과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의 4ㆍ13총선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의 채권을 인수하도록 한국은행법을 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의 채권을 한국은행이 사들임으로써,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구조조정 이슈로 몸살을 앓은 산업은행은 1조89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199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적자를 낸 바 있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을 지원한다면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채권단의 구조조정 작업에도 한층 힘이 붙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채권 발행을 늘리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많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만큼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는 “당장 부실이 커졌다고 인력 구조조정, 사재 출연, 자금지원 이런 수순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 내적으로 부실을 더 키우는 꼴이 된다”며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법에서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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