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다. 지난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또 11일 나온 LG전자의 1분기 실적 모두 “기대 이상”이다. 다른 기업들의 선전도 계속되고 있다. 불과 보름 전까지 증시와 재계를 뒤덮었던 ‘끝없는 암울함’도 사라진 모습이다.
기업 뿐 아니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50개월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가계 흑자액도 지난해 소득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을 앞서면서 전년 대비 5.6% 늘어났다. 흑자율은 28.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데도 뭔가 찜찜하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개인들 또 정부도 죽겠다고 한숨뿐이다. 늘어난 영업이익, 또 증가한 흑자액과 소위 ‘체감 경기’는 별개다. 장사를 잘 해서, 또 알뜰살뜰 살림을 잘해서 돈은 남는데, 다들 더 어렵다고 할 뿐이다.
그냥 장사꾼의 의례적인 앓는 소리일까? 아니다. 답은 ‘매출’에 있다. 1분기 깜작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LG전자도, 또 사상최대 이익 신기록을 매 분기 이어가고 있는 이동통신 3사도 매출은 정체 또는 감소다. 무역수지 흑자 역시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나오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진단이다. 가계 흑자도 마찬가지. 새 일자리가 생겨 수입이 늘어 흑자가 늘었다기 보다는, 덜 먹고 덜 써서 생긴 흑자다. 기업과 정부, 가계 모두가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권에서는 양적 성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성장을 외치는 목소리는 어느 덧 ‘경제 민주화’에 반하는 ‘꼰대’ 마인드 취급을 받는다. 그러면서 기업들에게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공장설비, 또 미래 투자 재원인 사내유보금까지 내놓으라고만 한다. 또 개인들도 저축보다는 소비가 미덕이라고 한다. 가진 건 사람 뿐인, 석유 한방울까지도 밖에서 사와야만 하는 우리 경제를, 자원 부국에서나 가능한 처방전으로 재단하고 있는게 오늘날 정치인들의 마인드다.
기업의 매출이 줄고, 국가 경제의 수출이 줄고, 또 가계의 소득원이 줄어들면 투자가 준다. 줄어든 투자는 미래 수익원 감소, 즉 매출 감소로 다시 이어진다. 성장이라는 자전거는 앞으로 전진할 때만 쓰러지지 않는다. 이제 다시 ‘성장’에 대해 모두가 ‘분배’ 못지않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표에 도움 안되는 매출에는 애써 눈감고, 당장의 표로 이어지는 이익 증가와 이익 나누기에만 혈안이 된다면, 우리보다 못 사는 우리의 아들 딸, 또 손자 손녀의 미래는 현실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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