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철 연휴기간,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달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30년 12월까지 달 남극 근처에 만들 20㎾급 원자로를 준비해줄 것을 계약업체들에게 요청했다는 뉴스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2036년까지 10㎾ 용량의 달 원자로를 구축해 10년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대국들의 달 원전 경쟁에는 달 영토 확보전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먼저 원전을 만들면 그 일대가 접근금지 구역으로 설정되면서 사실상 그 국가의 영토가 되기 때문이다. 달 영토화 전쟁 최 전방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셈이다.
풍력이나 태양광의 기술적·과학적 한계도 있다. 달의 자전 주기는 27일이 조금 넘는다. 달의 낮과 밤은 약 14일 주기로 찾아온다. 14일의 낯 동안 만든 전기를 14일의 밤 내내 써야하는 구조다. 지구의 전기저장장치(ESS) 14배가 필요한 태양광 발전에 매우 부적합한 환경이다.
유럽 일부 기업들이 달 표면 우주기지 전기공급을 위해 태양광 발전소 건립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발전소 위치가 달 표면이 아닌 우주공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달에서 풍력 발전은 더욱 불가능에 가깝다. 달은 대기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얇고 희박한 가스층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풍력 발전의 핵심인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는 말이다. 달에서 만큼은 원전이 애너지원으로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10년 전 원전과 태양광·풍력 사이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우리나라에서 지금 이 뉴스를 볼 수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수돗물처럼 쉴 새 없이 흐르지만, 수돗물과 달리 계속 만들고 안써도 흘려보내야 현상 유지가 가능한 전기의 특성을 고려했다면 24시간 균일한 전기 생산이 가능한 원전을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대체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과학과 기술 영역에 뛰어든 정치·감성적 논리의 실패는 2021년 스리랑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친환경, 100% 유기농 농업으로 강제 전환하겠다며 화학 비료와 농약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 같은 친환경 농업 선언에는 당시 만연했던 만성신장질환과 관련있다. 만성신장질환 환자가 10여년 사이 급증하며 민심이 악화하자 정부는 다국적 농업기업, 그리고 이들이 사용한 농약 및 화학비료로 원인을 돌렸다. 심각한 경제 위기에 민심과 권력기반이 흔들리자 비료 수입을 줄여 외화를 아끼겠다는 정치적 의도 또한 ‘친환경 전환’의 한 배경이다.
민심을 잡고 경제난까지 해결하겠다는 이 결정은 그러나 오래지나지 않아 농업 생산량 급감이라는 부매랑으로 돌아왔다. 해당 정책을 시행한지 7개월 만에 쌀 수확량은 32% 감소하고, 차 생산량은 18% 줄었다. ‘실론티’로 우리에게 익숙한 스리랑카의 대표 상품인 차 수출 손실만 4억 달러가 넘었다.
도시 폐기물, 거름, 분뇨, 남은 볏짚을 모두 써도 쌀 재배에 필요한 질소 비료의 50%도 채우지 못하는 현실을 배제한 정치적·감성적 판단이 불러온 참사인 셈이다. 또 비료 뿐 아니라 상수원 오염, 수입 농산물의 오염 가능성 등을 배제한 비 과학적 판단 또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과학의 영역, 객관성의 영역에 정치와 감성이 파고들 때 만들어지는 결과를 앞으로도 무시한다면, 이런 비극은 또 다시 우리의 삶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최정호 에디터
choijh@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