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조금전까지 분명히 7언더파였는데…조던 스피스 스코어, 농담인 줄 알았다.”
2016년 첫 메이저 골프대회인 제8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대니 윌렛(잉글랜드)도 일반 골프팬들처럼 조던 스피스(미국)의 갑작스런 추락에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윌렛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일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스피스와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이상 2언더파 286타)를 3타 차로 제치고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도 이번이 처음이다.
윌렛은 골프채널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15번홀 그린으로 향하던 중 리더보드를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이름이 제일 위에 있는 게 아닌가”라며 “스피스가 조금 전까지 분명히 7언더파였는데 ‘1언더파’로 바뀌어 있더라. 갤러리들도 웅성대거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농담인 줄 알았다. 누군가가 와서 (스피스의 스코어였던) 숫자 ‘7’을 다시 걸어줄 거라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당시 황당했던 감정을 표현했다.
현장에 있던 갤러리도, TV 중계를 보던 시청자들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지난해부터 마스터스 7라운드 연속 선두라는 새 기록을 작성하며 단독선두로 최종일을 맞은 스피스는 정말 한 순간에 무너졌다. 전반과 후반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전반에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2위 그룹을 5타 차로 제쳐 우승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지만 후반 첫 홀부터 보기를 범하더니 기어코 ‘아멘코너’(11~13번홀)에서 발목이 잡혔다. 11번홀(파4)에서 또 타수를 잃으며 먹구름을 드리운 스피스는 12번홀(파3)에서 재앙을 맞았다.
티샷을 그린 앞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스피스는 1벌타를 받고 친 세번째 샷마저 뒤땅을 치면서 또다시 물에 빠뜨렸다. 다시 1벌타를 받고 친 다섯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로 보냈다. 간신히 여섯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고 1퍼트로 마무리했지만 무려 7타만에 홀아웃, 쿼드러플 보기를 적어냈다. 순식간에 단독선두에서 5위권으로 밀려난 스피스는 그러나 정신을 수습하고 13번홀(파5)과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으며 윌렛을 2타차로 압박했다. 특히 12번홀 ‘멘붕’ 상황에서도 15번홀 어려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는 모습에 갤러리들은 기립박수로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피스의 추격전은 그걸로 끝이었다. 16번홀(파3) 버디 퍼트에 실패하고 17번홀(파4)서도 타수를 잃으며 우승컵에서 멀어졌다.
스피스는 “힘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최악의 30분이었다. 앞으로 이런 순간이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피스는 지난해 우승자 자격으로 윌렛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면서도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한편 윌렛은 마스터스가 끝나고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지난주 12위보다 3계단 뛰어오른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는 마스터스 1위 탈환에 실패했다. 세계랭킹 1위는 그대로 제이슨 데이(호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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