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미국에 협상을 제의하면서 한편으로 영변 핵연료 재처리시설에서 모종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북한이 “늑대가 온다”고 거듭 거짓말하다 마을 주민들의 신뢰를 잃고 결국 나타난 늑대에 양마저 잃어버린 양치기소년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북한의 신뢰하기 힘든 ‘양치기소년’ 행보에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냉랭하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4일(현지시간)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에서 의심스러운 활동이 관측됐다고 분석했다.
조지프 버뮤데스 연구원과 윌리엄 머그포드 연구원은 이날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재처리시설 부속 발전소에서 “최근 5주동안 2∼3번 연기 배출이 나타났다”며 “지금까지 이 시설에서 연기가 나오는 일은 드물었고 특히 지난 겨울 이후에는 처음”이라는 점을 근거로 “흔히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들은 지난달 12일과 지난 2월 21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과거 사진들과 비교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들은 연기가 배출되는 원인에 대해 “재처리 시설의 운영자가 건물 온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재처리 시설에서 “뭔가 중요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거나 조만간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3월 3일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한 달을 맞은 지난 3일 담화를 내고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라며 협상 전환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위 대변인은 이날 “시대착오적이고 자멸을 앞당기는 자살적인 망동”이라며 오히려 북한을 “천하에 둘도 없는 자립, 자력, 자강의 강국으로 전변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북한에) 공기처럼 익숙된 것”이라며 “천만부당한 제재 결의가 채택되는 것만큼 자립의 마치를 더 높이 추켜들고 자력의 동음을 더 크게 울렸으며 자강으로 흥하는 눈부신 비약을 세계가 보란 듯이 펼쳐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곧 대변인은 이번 제재가 “우리가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그 모든 것의 곳곳에 깊숙이” 뻗쳤고 “철부지 아이들의 놀이감과 주민생계 분야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로 생활의 깊숙한 곳까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대변인은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 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됐다며 북한 수뇌부 내부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협상 의지 시사에 “대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며 북한 주장을 일축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지금까지 대화 제의를 해놓고 기습 도발하는 행태를 여러 번 보여왔기 때문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이번 사태는 북한 핵실험으로 비롯됐기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핵을 폐기할 때까지 그 외 해결 방안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해 핵을 동결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신고를 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복귀시켜야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레이번 의원회관에서 한미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렇게 밝히고 “이는 기본적인 국제적 의무”라며 “그런 뒤에야 (2008년 말) 6자회담이 중단됐던 지점에서 다시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셀 차관보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제재의 목적은 북한을 파괴하거나 주민들을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지도자들로 하여금 진정한 비핵화 협상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