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복리위해 제한가능…성매매처벌법 합헌으로 다시 논란…간통죄 폐지등 인정확대 추세 주목
“성도덕의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성판매자들의)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 (김이수ㆍ강일원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그동안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총 8번의 헌재 결정에서 가장 많은 3명의 위헌 의견(일부 위헌 포함)이 나왔다. 이를 두고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는 부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과거 7번의 헌재 결정을 통틀어 위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은 단 1명에 불과했다.
핵심은 ‘자기결정권’의 확대 해석 여부다. 자기결정권은 사적인 영역에서 국가의 간섭없이 개인이 스스로 사적인 사안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가 이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한다.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자기결정권과 대척되는 지점이 헌법 37조다.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한국은 공공의 안전 등을 위해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군사정권이 교체되고 시대의 흐름이 개인의 자유 쪽으로 더 기울면서 자기결정권을 이전보다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근 판결에서도 이 같은 변화하는 시대상이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62년만에 폐지된 간통죄를 꼽을 수 있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간통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41조와 관련,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간통죄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간통죄를 ‘성(性)에 대한 국민 의식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개인정보 분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헌재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금지한 주민등록법 조항에 대해 작년 12월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2017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했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도록 하는 ‘웰다잉(well-dying)법’도 국회를 통과해 2018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웰다잉법의 핵심 또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에 있다. 환자가 죽음에 임박하기 이전 불필요한 연명의료에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경우 이 의견을 존중하고, 환자의 결정을 따른 의사에 대해서도 처벌하지 않는 내용이다.
자기결정권의 최근 흐름과 관련해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간통죄 위헌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결정권이 이전보다 좀 더 인정되고 있는 추세”라며 “사견이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현재보다 더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성매매특별법도 머지 않은 시점에 9번째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위헌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조용호 헌법재판관이 이번 결정에서 “(성매매를 금지한다면) 지체장애인 등 성적 소외자는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된다”고 밝혔듯이, 몸이 불편한 이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명시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향후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재경지법 판사는 “자기결정권은 자유권에 속하는 인류 보편적인 기본권인데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의 문제에 직면한다”며 “마약의 경우 당사자의 몸을 망가뜨리고 이를 전파해 다른 사람의 몸도 망가뜨리기 때문에 명확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은 도덕적 비난 외에 법적 처벌 여부와 관련해서는 결국 철학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일한ㆍ양대근ㆍ김현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