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청년 고용을 늘리려면 사업주에게 지급하는 고용보조금을 청년에게 직접 주는 것이 더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직접 주는 구직수당도 고용으로 연결되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2월 들어 청년 실업률은 12.5%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청년고용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만 고용보조금 등 청년들에게 직접 취업 관련 지원을 할 때 근속 기간, 취업과의 연계성 등을 철저히 검증, 관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청년들이 보다 빨리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하려면 고용보조금을 사업주가 아닌 청년에게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이 박사에 따르면 청년 눈높이에 맞지 않아 생기는 ‘일자리 미스매치’나 휴학, 대학원 진학 등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가 생산성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청년들이 이른 시간에 노동시장에 진입해 직무능력을 키우고, 경력을 계발할 수 있게 하려면 고용보조금을 직접 지원해 조기 취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방식은 반짝 청년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1년 이내 그만두는 청년이 많듯 근속성이 떨어진다”며 “청년에게 직접 지원해 취업을 유도한 뒤 일정기간 근무케 하고, 경력을 쌓아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구직수당도 청년들이 필요한 것을 직접 선택해 자기주도의 취업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의견도 있다.
고재성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청년들마다 원하는 교육이나 훈련 과정들이 다른데 정부가 기업, 기관에 교육 및 훈련비 지원을 하다 보니 선택권이 제한돼 왔다”며 “청년들이 직접 지원금을 받게 되면 본인의 진로계획, 적성에 맞는 훈련을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직종으로 투자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2013년 도입한 ‘유스 개런티(청년 보장)’를 사례로 들었다. 유스 개런티는 4개월 이상 청년 실업자들에게 직접 지원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4개월 이내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계속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직무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청년들은 이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고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장기 실업으로 빠지기 전에 국가가 직접 지원하고, 의무적으로 책임진다는 점에서 고용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년 직접 지원이 이른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검증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원금을 주기 앞서 상담을 통해 청년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훈련, 일자리를 연계해야 취업으로 이어지고, 근속기간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청년 지원금이 청년 고용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자칫 도덕적 해이로 빠질 수 있다”며 “취약계층의 경우 생활비나 면접비 등이, 청년들마다 어학능력, 직업훈련 등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어 이를 사전에 검토한 뒤 지원해야 고용 효과도 커지고,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고용보조금 등 청년들에게 직접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아직 관련 부처와 재원 마련 방안 등 논의조차 안 돼 조만간 발표 예정인 청년고용 확대 정책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