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미국의 버바 왓슨(35.미국)이 또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입니다. 타이거 우즈 못지않게 개인적으로 호감 가는 선수이기에 그의 각별한 우승 스토리를 ‘생생수첩’에 담아 봅니다.
버바 왓슨은 1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제78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서 3타를 줄여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을 거뒀습니다. 2012년에 이어 2년 만에 그린재킷을 다시 입은 겁니다.
왓슨과 공동 선두로 출발한 조던 스피스(20.미국)는 최종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최연소 마스터스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는 5언더파로 요나스 블릭스트(29 스웨덴)와 함께 공동 2위에 그쳤습니다. 놀라운 성적입니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최경주(43)는 합계 6오버파 294타, 공동 34위로 마스터스를 마감했고, 명실상부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 미국)는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습니다. 골프 팬들에겐 안타까운 일이고 대회 흥행으로 따지면 불행한 일입니다.
아무튼 마스터스는 골프대회 중에서도 최고의 대회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런 대회 두 번 우승은 예삿일이 아닙니다. 프로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꿈의 황제’에 등극한 셈이죠.
왓슨은 골프클럽 전문업체인 ‘핑’을 스폰서로 갖고 있는데 핑크빛 드라이버에 가급적 모자나 장갑 등도 같은 색을 택합니다. 자선사업 때문이지요. 심장병환우 돕기 등 묵묵히 사회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투 밀리언’은 왓슨이 이글이나 버디를 잡을 때마다 1백 달러를 기부해 1백만 달러를 만드는 단독 자선행사입니다. ‘천사표 프로’ 답습니다.
왼손잡이인 왓슨은 평균 비거리 320야드 선을 넘나드는 놀라운 장타자입니다. 그리고 화끈합니다. 이게 ‘왓슨표 스윙’의 매력이자 마력입니다. 물론 과학적인 훈련의 산물인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같은 정교하고 교과서적인 스윙과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엘리트코스는 남의 얘기일 뿐입니다. 그래서 퍼터와 숏게임이 정교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그는 혼자 코피 터져라 갈비뼈가 으스러져라 연습에 연습을 더한 끝에 장타의 맛을 터득했습니다. 마치 코치 없이 잭 니클로스가 쓴 레슨책을 골프에 눈을 뜬 최경주 선수가 바닷가 모래밭에서 끊임없이 벙커샷을 익힌 끝에 ‘벙커 달인’의 경지에 오른 과정과 유사합니다.
기자는 그를 ‘솔방울 골퍼’라 부릅니다. 그의 입지전적인 사연이 녹아져 있는 대목입니다. 왓슨은 플로리다에 있는 한 농장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 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은 때문인지 철이 들면서, 그러니까 고교 때부터 골프에 관심을 갖게 됐고 농장 인근 솔밭을 오가며 솔방울을 볼 삼아 스윙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왓슨은 2002년 꿈을 현실로 이루듯 PGA 무대에 프로선수로 데뷔했지만 누구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족보와 거리가 먼 때문이겠지요. 이후 천신만고 끝에 PGA투어 통산 3승을 올렸지만 메이저 대회와는 지독히 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2010년 PGA챔피언십 때 마르틴 카이머(독일)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게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이후 2년 만에 2010년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챔피언 루이 우스투이젠(29.남아공화국)을 꺾고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그린 재킷’으로 확정짓고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쏟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뒤늦게 알려진 그날 사연 역시 감동이었죠. 그날 어머니와 동료, 에이전트가 그린에 나와 그의 우승을 축하했지만 정작 아내는 없었습니다. 왓슨 부부는 금슬 좋기로 소문났지만 안타깝게도 불임으로 남모를 고민을 안고 있었고 마침내 각별한 결심 끝에 입양에 성공, 연을 맺은 지 당시 한 달밖에 안된 어린 아들을 돌보느라 올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우승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요.
이번에 우승의 감격은 전 보다 몇 배나 커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함께했으니까요. 보는 저 역시 전보다 더 가슴 뿌듯했습니다.
골프 전문기자는 아니지만 골프에 손을 댄지 어언 20년을 훌쩍 넘긴 입장에서 최경주, 양용은 그리고 버바 왓슨 같은 자활의 신화를 일궈내는 선수가 많이 나왔음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기자는 마스터스를 국내에 중계한 sbs골프채널의 장활영 해설위원과는 친구사입니다. 출근하자마자 중계를 마치고 다시 자기 업장으로 출근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염치불구하고 말입니다. 중계하느라 피곤할 터인데 반갑게 대회 낙수거리 몇가지를 전해 주었답니다. 장 위원은 마스터스에 관한한 장타 선수가 장땡이라고 합니다. 그 친구 방송이라면 이런 표현 썼을까요. 신문기자 친구가 편하긴 편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러프나 숲으로 인한 장애가 덜한 반면 길이는 가히 기록적이어서 장타만 보장되면 그린에 적중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바로 왓슨의 우승 비결입니다. 또 하나 타이거 우즈 불참으로 흥행 실패 얘기가 나오지만 그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뚜렷한 특징이나 놀라운 일은 없었더라도 대회 총상금도 지난해 보다 1백만 달러가 더 많은 900만 달러였고, 내용도 흠잡을 데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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