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부채(Debt), 인구감소(Demographics), 저물가(Disinflation) 등 이른바 신 3D를 극복하려면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노동시장 개혁 등 구조개혁보다 금리인하, 재정투입 등 단기적 경기 부흥책에 급급하다 전체 산업의 생산성이 정체되고, 잠재성장력도 약화돼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개혁에 매진하고, 재무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최근 우리 정부의 저금리, 재정 조기집행 확대 정책은 자칫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 금융 등 구조개혁이 미진한 상태에서 단기적 경기 부양을 위해 돈만 풀고 있는 모습이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로 8개월째 동결돼 있고, 정부는 올해 1분기 재정 조기집행 확대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늘려 125조원 이상을 투입키로 했다.

이 실장은 “정부의 돈 풀기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유효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단기 처방으로 몰핀을 투입했다 숨 돌아오면 다시 재정을 긴축하는 일이 반복돼 경제에 내성이 생기면 이후 정부가 돈을 풀어도 약발이 받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실제 정부의 통화 정책으로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가계가 지갑을 닫고, 기업이 투자를 안 해 돈이 돌지 않아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돈을 풀어도 수요가 늘지 않다보니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생산성 높은 산업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2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증가세인 기업부채 비율도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계부채의 80% 이상이 주택가격 담보 대출이란 점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가계 빚 급증을 연상케 한다.

이에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감독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부동산에 가계 자산이 몰리지 않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부채 원리금 상환할 수 있게 하는 등 가계 재무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기업부채도 대출에 연명하는 조선, 기계 등의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해 연금 등 금융개혁과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 개선 등 노동 개혁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부형 실장은 “젊은층이 줄고, 노인인구가 많아지는 인구구조로 연금 재정에 쌓이는 돈보다 나가야 되는 돈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향후 연금 재정의 적자를 해결하려면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형식의 뼈를 깎는 연금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층,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활발해야 한다”며 “정규직 과보호 문제 해소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