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기아차등 주력업종 고용 정체 자동·무인화 극대화…화학업종도 마찬가지 공산품관련 내수시장도 성장 멈춰선지 오래

불황·수익성 악화…인건비 싼 해외로 눈돌려 국내고용 넘어 해외 아우를 서비스업 키워야

감원과 구조조정 한파가 거세다. 19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릴 정도다. 경기 부진에 따른 일시적 감원이 아닌 산업구조의 한계에 따른 구조조정이 대부분이어서 상황이 엄중하다. 그동안 일자리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반 제조업과 단순서비스업으로는 고용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구조조정과 감원을 발표한 업종은 가장 큰 규모인 KT의 통신서비스, 증권ㆍ보험 등 금융, 일부 자동차업체등이다. 해운과 조선, 건설 등도 이미 지난 해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지속적으로 고용이 줄고 있다.

설연휴 끝나고 첫출근인 20일 오전 시민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br />김명섭기자  msiron@ 2007.02.20
잔인한 4월이다. 최근 불어닥친 감원 한파는 고용창출 능력이 다한 한계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없어진 일자리는 다시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조업 일자리 만들기가 인건비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만큼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고부가 산업과 첨단서비스업 등에서 고용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설연휴 끝나고 첫출근인 20일 오전 시민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김명섭기자 msiron@ 2007.02.20 잔인한 4월이다. 최근 불어닥친 감원 한파는 고용창출 능력이 다한 한계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없어진 일자리는 다시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조업 일자리 만들기가 인건비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만큼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고부가 산업과 첨단서비스업 등에서 고용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이제 제조업을 하면서 국내에서 공장을 더 짓고 일자리를 늘리기는 어렵게 됐다”며 “21세기 대한민국 경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고부가산업, 컨텐츠산업, 금융ㆍ서비스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 건설, 철강 등 부진이 깊은 업종이 주력인 현대, 금호, 한진, 동부 등 중견대기업들은 몇년새 일자리를 크게 줄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벌고, 고용도 많이 하는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일자리 수를 찔끔 늘리는 데 그쳤다. 어려워서 줄이고, 수지가 맞지 않아 더 늘리지 않는 현상이다. 대한민국의 고용을 이끌었던 제조업의 현주소다.

공중전화, 집 전화의 역할을 스마트폰 한 대가 도맡으면서 KT의 인력구조조정은 불가피해진 지 오래다. 해운업도 물동량 감소와 항공운송 증가로 배가 남아도는 상황이다. 미국의 셰일가스로 해상 에너지 운송수요도 줄었다. 배가 남아도니 고부가 선박이나 해상플랜트 등을 제외하면 일반 조선소에는 일감이 크게 줄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기면서 쓸모 없어진 건설 인력과 장비가 대부분이다.

공중전화나 집전화가 다시 널리 쓰일 확률은 ‘0%’에 가깝다. 배가 더 필요하다고 해도 고부가선을 제외하면 싼 값에 대량으로 만들어대는 중국과 경쟁하기는 버겁다. 가계 빚에 교통비 부담까지 커질대로 커졌는데 다시 아파트 열풍이 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근 없어진 일자리는 대부분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전자, 자동차, 화학 등 잘나가는 제조업들도 일자리를 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4년새 이익이 급증한 삼성전자지만, 국내 고용은 9만~10만명 사이에 정체다. 현대ㆍ기아차도 지난 해 10년만에 간신히 8만명대를 벗어났다. 자동화ㆍ무인화가 극대화된 화학업종도 고용이 정체되기는 마찬가지다.

제조업 투자가 국내보다 해외를 향하고, 고용효과도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들을 탓할 수도 없다. 통상임금 부담이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을 따지지 않더라도 국내 인건비는 이미 다른 신흥국과 경쟁이 되질 않는다. 요즘엔 우리나라보다 한참 낮은 수준인 중국의 임금도 비싸다며, 더 싼 인건비를 찾아 공장을 옮기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공산품 관련 내수시장도 성장을 멈춘 지 오래여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물건을 만들어 들여오는 게 더 낫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국내에 투자하라고 강제하기 어렵다.

결국 국내에서 만들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고부가 산업, 근육과 설비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일자리의 해답이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제조업 규제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국내 제조업의 고용효과는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면서 “젊은 인재들이 일하고 싶어할 고부가가치 산업, 특히 서비스업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구 5000만명의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단순히 국내 일자리 숫자 늘리는 서비스업이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아우를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서비스산업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길용·김윤희 기자/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