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는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캔디형 여주인공과 백마 탄 재벌2세의 러브스토리든, 숨어사는 재벌가 자녀들의 성장기든, 자본 권력의 부패를 다룬 고발극이든, ‘재벌’은 일주일 내내 안방을 지배한다.

제작자들의 입장에서 ‘재벌’은 나날이 치솟는 제작비를 감당하기에 탁월한 소재다. 배우와 작가의 몸값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 현재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4억~4억5000만원으로 치솟았다. 지상파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지급하는 비용은 총 제작비의 50%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작비 충당을 위해 외주제작사는 간접광고 유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장소 협찬 하나에 제작비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비용이 충당되기 때문에 열악한 재원으로 매주 두 편의 드라마를 찍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 간접광고는 ‘천군만마’일 수 밖에 없다. 재벌 묘사가 지나치게 왜곡돼 있지만, 방송과 기업의 윈-윈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경우 고가의 의류 브랜드나 외제차, 고급 가구 등의 간접광고(PPL)부터 대기업 등의 장소 협찬 등을 받기에 수월하다”고 했다.

화려한 재벌들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선 “역할에 걸맞는 수준의 제품들이 다양하게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리멤버’에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3세와 재벌기업인이 주요인물들로 등장한다. ‘리멤버’를 제작하는 로고스필름 관계자는 “재벌3세 남규만 캐릭터는 고가의 상품을 많이 쓰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다양한 간접광고 상품이 들어온다”고 했다. 다만 “중저가 브랜드 등의 경우 거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캐릭터에 맞지 않는 상품을 입거나 소장하면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자산 총액에 따라 드라마 속 재벌들이 입고 걸치는 상품에도 소위 말하는 ‘급’이 나뉜다. 자동차차, 의상을 비롯해 재벌들의 도처에 널린 상품은 곧 ‘사회적 지위’로 대변되기 때문이다.

남규만을 연기하는 남궁민은 이같은 이유로 의상의 경우 맞춤정장을 소화하고 있으며, 차량으로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AMG를 탄다. 남규만을 몰락시키려는 천재 변호사 유승호 역시 벤츠 A클래스를 타고 있다. 로고스필름 측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드라마 PPL을 진행한 것은 ‘리멤버’가 처음”이라고 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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