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 경제가 연초부터 끊임없는 악재성 복병을 만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우리 정부가 도입을 공식화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의 경제적 보복조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복잡한 변수가 얽히면서 한국 경제는 회복의 빛을 점점 잃고 있는 형국이다.

[사진출처=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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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속에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 작년 내내 지속된 저유가가 올해 더 심화할 기세다. 지난해 국제유가 변동을 주도하는 세계 3대 원유 가격 평균은 2005년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유가로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입은 영향으로 전체 수출 중 신흥국 비중이 58%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조선ㆍ건설ㆍ플랜트 등 주력 분야의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된 이란의 원유 수출시장 가세로 공급과잉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유가는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한국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은 지난 10일(현지시간) 26.20달러까지 떨어져 2003년 4월 30일(22.80달러) 이후 1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작년 평균가격인 50.69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국제유가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 거래일보다 0.49달러 하락한 배럴당 27.45달러,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0.52달러 오른 배럴당 30.84달러에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 지수가 최근 며칠간 급락세를 보였고,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HSCEI)도 11일 5.8% 폭락 개장하면서 7,582선까지밀리기도 했다.

▶美 금리인상ㆍ中 성장 둔화, G2 리스크=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청문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진단하며 추가 금리 인상 지연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간밤 뉴욕 증시는 오히려 혼조세로 마감했다.

또 다른 G2 리스크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만만치 않는 상황이다. 중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에 그치며 연간성장률로 1990년(3.8%) 이후 25년 만에 7% 이상 달성에 실패했다.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25%를 넘는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 북한발 리스크ㆍ지카 바이러스 공포 등 경제 위협 요인 산재=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국제유가 급락으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기와 전염병 공포까지 겹쳤다.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복합 리스크’가 산재한 상황이다.

북한이 연초인 지난달 6일 단행한 4차 핵실험으로 한국 경제는 지정학적 위험을떠안고 한 해를 시작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신용 등급 제약 요인으로 북한 리스크를 꼽을 정도였다.

4차 핵실험 한 달여 만인 지난 7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지정학적 위험의 강도는 잦아들기는 커녕 확대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고, 미국과 사드 도입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미의 사드 배치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가 2000년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산 냉동 및 초산 마늘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배 이상으로 올리자 중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보복조치를 단행, 이른바 ‘마늘 파동’이 일어났다.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도 가뜩이나 침체한 세계 경제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이 지카 바이러스의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 수출감소 등의 경로로 한국 경제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처럼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워낙 많아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 가격 변수들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 국내외 금융ㆍ외환시장 모니터링 강화=기획재정부는 유가 하락, 달러화·엔화 환율의 급변동 등 불안 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당분간 매일 점검회의를 열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동향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11일에도 이찬우 차관보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고 과감한 대책으로 국내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2011년께에도 유럽발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겹쳐 북한발 리스크 영향이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줬다”며 “정치 불안이경제 불안과 연결되지 않도록 북한 문제를 풀 단계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탕감, 소비에 대한 과감한 지원 등 창의적인 정책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참신한 정책을 내놓아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를 깨워 경제 내부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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