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궤멸(潰滅)’. 무너지거나 흩어져 없어진다. 대북 방송에서나 들었을 법한 이 단어가 11일 여의도를 강타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말에서 나온 이 단어로 여야 모두 시끄럽다.
어쨌든 북풍(北風)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거를 앞두고 북풍이 몰아친다. 이해관계에 따라 궤멸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각양각색.
김 위원장의 ‘북한 궤멸론’ 발언이 나오자 모처럼 새누리당은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모처럼’이라기보단 취임 이후 처음이긴 하다. 김 위원장을 향해 “국회의원도 아닌 분”이라고 맹공을 펼치던 새누리당이다. 이날 새누리당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며 김 위원장 발언을 환영했다. “초당적 대북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적 발언”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국민의당은 “현 정권의 대북인식과 궤를 같이해 야당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의 수장으로 심각한 결격 사유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이 환영하고 국민의당이 비판하는 현실은 참 묘하다.
북한은 궤멸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차라리 ‘궤멸시키자’라고 주장했다면 찬반이라도 명확히 나올 텐데, 언젠가 궤멸할지 안 할지 ‘예언’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건 참 난감한 일이다. 언젠가는 궤멸할지도 모르고, 또 끈질긴 생명력으로 체제를 이어갈지도 모르고.
햇볕정책과 얽히고, 총선과 묶이면서 북한 궤멸론은 예언 수준을 넘어 정당 심판론으로 번질 기세다. 이게 바로 북풍의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