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秦始皇)의 중국 통일 업적은 기원전 7세기 진목공(秦穆公) 때 닦은 기반에서 출발한다. 그는 건숙(騫叔), 백리해(百里奚) 같은 명재상을 기용해 나라를 초강대국으로 키운다. 건숙은 진목공에게 통치의 방법론으로 ‘욕심내지 말고, 화내지 말고, 서두르지 말라(毋貪, 毋忿, 毋急)’는 세 가지 계율을 간언한다. ‘욕심을 내면 잃는 것이 많고, 화를 내면 곁에 있는 친한 이들이 떠나며, 서두르면 빠뜨리는 것이 많게 된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현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런데 복지를 하려니 돈이 궁해졌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는 일단 접고, 올 들어서는 규제완화로 기업투자 확대와 일자리 확충을 이끌어내려는 길로 선회했다.
이 일환으로 최근 정부는 기업이 보유 현금을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더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꼬리표가 붙었다. 현금을 잔뜩 갖고 있으면 세금을 더 매겨 배당이라도 유도하겠다는 조건이다. 규제는 푸는데 강제(强制)는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상장사들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0%안팍이다. 자본을 현금으로 보유하면 기껏 연 2~3% 수익 뿐이다. 굳이 누가 닥달하지 않아도 투자를 하고 싶은 게 기업이다. 그렇더라도 자칫 과잉투자로 부실을 키우느니 차라리 현금으로 갖는 편이 낫다. 지금은 안 하는 게 아니라 여건상 못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대부분 경기민감 업종이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나라의 외환보유고처럼 기업에도 현금보유가 필요하다. 외환보유고 수준을 정부가 알아서 판단하듯, 현금보유의 적정수준도 기업이 알아서 판단할 부분이다.
배당 압력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도 어불성설이다. 우리 상장사 지분의 30%는 총수 일가가, 40%는 외국인이 가졌다. 나머지 30%도 기관자금이 3분의 2다. 일반 서민이 가진 지분은 10% 남짓이다. 배당 수혜는 외국인, 대기업 총수, 기관의 순이다. 일반 투자자들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배당 늘려봐야 또 외국인과 대기업총수만 배 불린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는가?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기업하려면 믿을 것은 현금 밖에 없다. 차세대 성장엔진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도 지금은 현금을 쓸 데가 아니라 축적할 때다.
기업이 가진 현금이 탐이 나 무리한 투자를 강제하게 되면, 자칫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기업이라는 톱니바퀴가 망가질 수도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경계할 때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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