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전 세계 국가부도위험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초 이후 이어진 유가 급락과 중국 성장 둔화 등으로 세계 각국의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고공행진 중 이다.
CDS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이다. 국가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만큼 부도 확률이 높으면 오르고 낮으면 떨어진다.
24일 블룸버그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 세계 주요 65개국 중 연초 이후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이 오른 나라는 62개국으로, CDS 프리미엄이 내린 나라 3개국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와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주요 증시는 연초 이후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5% 이상 폭락한 데 이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9% 이상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14% 가량 떨어졌고,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증시도 8~16%가량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연초 이후 28% 가량 폭락해 2003년 초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6달러대까지 추락했다. 브렌트유도 27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중동 산유국 CDS 프리미엄, 연초 이후 고공행진=당장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재정압박이 커지면서 관련국들의 CDS가 급등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CDS는 거의 부도 직전 수준이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209.08bp(1bp=0.01%)로 6년반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 이후 48.3bp(30%)나 올랐다. 베네수엘라의 CDS 프리미엄은 현재 6,986.47bp로 연초 이후 2,011.3bp가량 급등했다. 20일 만에 40% 이상 오른 셈이다.
카타르의 CDS프리미엄은 151.06bp를 기록해 2012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연초 이후로는 56bp(59%) 급등했다. 러시아의 CDS는 400.42bp까지 상승해 연초 이후 87.10bp(28%)가량 뛰었다. 이외에도 두바이, 아부다비, 바레인의 CDS도 각각 연초 이후 85.5bp(36%), 57.0bp(60%), 80.0bp(21%) 가량 급등했다.
BNP파리바에 따르면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2014년 GDP의 2%에서 2015년 GDP의 1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는 유가 폭락에 재정이 파탄 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이란의 반목이 지속돼 당장 회의 소집은 어려울 전망이다.
▶ 中ㆍ韓 CDS 동반 들썩=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CDS 프리미엄도 동반 상승 중이다. 중국은 경기 둔화 우려로 주가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 폭락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133.33bp까지 올라 연초 이후 22.7bp(21%) 상승했다. 이러한 연초 폭등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72.93bp로 연초 대비 15.6bp 올랐다. 이는 27%
가량 오른 것으로 연초 이후 중국의 CDS 상승률을 웃돈다.
한국은행이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작년까지 한국 CDS 프리미엄과 중국 CDS 프리미엄과의 상관계수는 0.8∼0.9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다른 신흥국의 상관계수도 0.6∼0.8로 분석돼 중국이나 신흥국들의 CDS가 오르면 한국의 CDS도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ㆍ태평양 국가 중 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오르는 나라로는 중국,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18.74%), 인도네시아(10.91%), 태국(24.07%), 호주(27.27%) 등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취약국도 덩달아 상승=유로존의 대표적인 취약국인 그리스의 CDS 프리미엄은 1,498.69bp까지 올랐다. 이는 연초 이후 321.7bp(27%) 상승한 것이다. 그리스는 작년 7월 CDS 프리미엄이 8,000bp를 넘어서며 부도 위험이 크게 커졌다가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 타결로 CDS 프리미엄이 안정세를 찾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3차 구제금융의 핵심인 연금 개혁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데 이어 양대 노총의 총파업 선언 등으로 다시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습이다. 그리스 증시는 연초 이후 16%가량 하락했다.
유로존 취약국인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CDS 프리미엄도 연초 이후 각각 16%, 12%,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가도 각각 16%, 13%, 14%가량 하락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CDS 프리미엄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독일의 CDS 프리미엄은 연초 이후 0.1bp 올라 14.92bp를, 프랑스의 CDS 프리미엄은 같은 기간 0.3bp 오른 29.22bp를 나타냈다.
한편, 영국의 CDS 프리미엄은 27.00bp를 기록해 연초 이후 5.6bp 올랐다. 이는 상승률로는 26%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이탈)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하면서 브렉시트가 글로벌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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