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카드사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했던 빅데이터 사업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1월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빅데이터 시장의 주도권 잡기 열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비지니스 모델을 찾아라’=신한카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한국형 빅데이터 모델 공동 개발에 나선다. 지난 3일 두 기관은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하고 금융서비스 관련 빅데이터 연구 및 운영 혁신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빅데이터 분야 석ㆍ박사급 인력을 투입해 22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신한카드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또 공익 차원에서 한국형 빅데이터 모델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아울러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컨설팅 사업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지난 2월엔 한국문화정보센터에 자사 카드를 이용하는 국내외 관광객에 대한 빅데이터 통계 분석 자료를 컨설팅 자료로 제공키로 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출범시켰다.

비씨카드는 최근 ‘빅데이터 클러스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빅데이터에 활용할 정보를 가진 기업과 기관을 주제별로 묶어 각각 클러스터를 만드는 사업이다. 창업, 매출경영관리, 정책GIS(지리정보시스템) 등의 분야에서부터 먼저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결제정보를 넘어선 종합적인 빅데이터를 구축ㆍ분석해 공기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B2B 사업과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모회사인 KT그룹이 참여하며 ‘오! 포인트’ 등 부가서비스와 연계하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삼성전자와 빅데이터 사업을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바일 결제 등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빅데이터 정보를 결합해 포인트 사업과 여러 부가사업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카드회사는 빅데이터 분석하기 제일 좋은 곳”이라며 “빅데이터는 신생분야인데다 새로운 기법이 계속 나오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맛집 등 ‘빅데이터’ 마케팅 활기=한편 카드사들은 이미 고객들의 결제정보를 연령대별, 직업군 등에 따라 분석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스마트 월렛’ 앱의 ‘여기좋아’ 메뉴에서 전국 1만8000개 좋은 맛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이메뉴’를 통해 고객들이 실제 유명 음식점 등에서 이용한 카드 정보를 분석해 다시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최근 3개월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외식 가맹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성별, 연령대, 직업, 재방문율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음식점은 물론 옷가게 등 고객들이 자주 찾는 이른바 ‘플레이스 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 이용내역 및 업소 매출 등의 자료를 분석해 서울 이태원, 청담, 청계천, 경기도 분당, 대구 동성로, 대전 둔산, 울산 업스퀘어, 부산 해운대, 전주 한옥마을 등 14개 지역에서 대표 가맹점 10곳씩을 선정했다.

롯데카드는 ‘스마트 컨슈머’ 앱을 통해 빅데이터를 고객에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빅데이터에 반영하고 있다. 고객이 가맹점에서 결제를 하면 앱을 통해 가맹점 평가를 할 수 있고, 평가 후에는 실시간으로 롯데포인트 행운권을 받는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이 앱을 통해 다시 고객들에게 가맹점 정보로 제공된다.

비씨카드는 예비창업자 지원을 위한 ‘대박상권’ 앱이 특색이다. 예비 창업자가 앱의 지도에서 창업 희망 지역과 업종, 프랜차이즈나 개인 브랜드 등 창업 형태를 선택하면 그곳에서 창업할 경우 예상되는 매출액, 매출 건수, 상권의 특성, 상권 주변의 성별·연령별 거주 인구수, 주변 지역과의 매출비교, 동업종 경쟁점의 위치 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