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중이었던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박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 삼성의 경영 노하우에 큰 관심을 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정부의 한 관계자가 “메르켈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삼성의 경영 노하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한국을 벗어나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삼성전자의 경영철학과 기술력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 박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고 순방을 따라 나섰던 기자들에게 전한 것이죠.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지멘스ㆍ벤츠ㆍ BMW 등 내로라하는 기업을 보유한 독일의 총리가 한국의 대표 기업을 거론하며 성장의 비결을 궁금해했다는 건 단순히 립서비스 차원으로 해석할 일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한국과 차원이 다른 강소기업(히든챔피언)이 즐비한 독일로서도 삼성처럼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걸 내비친 걸로도 읽힙니다.
메르켈 총리의 삼성 발언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일까요. 삼성의 노력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맞춰 삼성은 대통령의 베를린 동선(動線)을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장이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걸어놨습니다. 동서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으로 가는 길목에도 이런 대형 플래카드가 있었고, 한국으로 치면 명동거리쯤되는 번화가 백화점 건물 전광판에도 이런 글귀를 노출시켰습니다.
독일인의 눈엔 이례적일 수 있었고, 메르켈 총리의 뇌리에도 삼성이라는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만한 소재가 될 법한 것이죠. 삼성의 기술력은 차지하고서라도 ‘마케팅의 삼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의 성공 DNA는 뭘까요. 최근 삼성은 무서울 정도로 신속하게 계열사간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삼성SDI의 제일모직 합병, 삼성종합화학의 삼성석유화학 합병,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합병 등이 그렇습니다.
굳이 기원(起源)을 따지자면, 삼성의 이같은 혁신 유전자는 그 무대를 독일로 옮겨서 생각해야 합니다. 지휘자는 이건희 회장이었고, 장소는 프랑크푸르트입니다. 1993년 6월 7일, 이 회장은 삼성의 임원 등 200여명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호텔에 모아 놓고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유명한 발언도 이 때 나온 것입니다. 삼성이 이처럼 질 위주의 신경영을 주창할 때 메르켈 총리는 이제 막 정치판에 뛰어들 즈음이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1993년 6월~2000년까지 기민당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지역위원장을 맡았으니까요.
삼성은 계속 자강불식(自强不息)중입니다. 1987년 12월 취임한 이건희 회장이 “복합화되는 세상에서 반도체와 가전, 통신이 함께 있어야 시너지가 난다”며 삼성전자가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해 반도체도 사업군에 포함시키기도록 한 것처럼 최근엔 굵직굵직한 계열사를 교통정리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설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사업구조조정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낼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확실한 건 삼성의 이런 식의 혁신을 단행한 전통이 20년이 넘었고, 노하우도 쌓여 있다는 겁니다. 몸집은 크게 불어났지만, 판단이 서면 전광석화처럼 의사결정을 하는 ‘속도’도 삼성의 성공 배경이 됐을 겁니다.
박근혜 정부는 독일의 히든챔피언 육성 비결을 전수받기 위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여러 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대부분이 독일의 좋은 점을 배워오겠다는 내용들입니다. 역사적으로 공통분모가 많은 한국과 독일의 우호협력 관계를 볼 때 든든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가 삼성의 성공 노하우에 관심을 가졌다는 건 기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또 다른 뿌듯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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