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첫사랑은 집착에 가깝다. 더 멋지고 근사한 상대를 만나도 그 뜨겁고 아련한 사랑을 가슴 한 켠에 품고 그리워한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숨어있는 그 사랑의 문을 두드려 몸 어딘가에 남아있는 터치의 기억에 떨고 헤어짐에 애달아하기도 한다.
MBC ‘우리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에 출연해 ‘대세 로맨티시스트’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팝 피아니스트 윤한의 그런 첫사랑은 다름 아닌 1집 앨범 ‘untouched’다. 버클리 음대시절 그는 앨범을 내보는 게 꿈이었다. 2010년 작사, 작곡, 연주, 노래, 프로듀싱까지 윤한은 1집에서 원없이 원맨쇼를 펼쳤다.
11곡을 꽉 채운 앨범에서 그는 드라마적인 발라드 재즈부터 어반, 힙합 재즈까지 좋아하는 음악,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4.03 피아니스트 윤한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4.03
1집은 음악 마니아층에선 호응을 얻었지만 대중들에게는 다가가지 못했다. “‘나만 좋으면 되지’ 생각했는데 그래도 속상하더라고요. 음악을 계속하려면 대중이 좋아하는 걸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2집 ‘for this moment’은 그렇게 서너발 대중 쪽으로 다가간 앨범이다. 갈등의 진폭이 있지만 쉽고 편해졌다. 그러다 ‘우결’에 출연하면서 그는 대중의 인기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나온 미니앨범 ‘피아노 치는 남자’는 대중에게 바짝 다가간 느낌이다. 그는 “코드와 멜로디, 가사 모두 대중성을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했다.
윤한은 지난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국 투어를 펼쳤다. 오는 18일(오후 7시30분)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펼치는 윤한의 ‘로맨틱 콘서트’는 14개 도시 투어의 마지막 무대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쓰인 ‘그대를 그리다’를 비롯해 1집에 담긴 ‘런던’ ‘키스’ ‘카푸치노’, ‘파리’(2집), 미니앨범에 실린 ‘The Driving Song’과 인기 팝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4.03 피아니스트 윤한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4.03
윤한은 앨범에 꼭 도시이름의 곡을 하나씩 끼워넣는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의 버릇이다.
“1집을 내기 전에 런던에 대한 환상이 컸어요. 당시 못 가본 상태에서 썼는데 넣고 나니 다음 앨범엔 파리가 어떨까 싶더라고요.” 미니앨범에는 아예 ‘윌스버그’란 가상의 도시를 만들고 카페에까지 들어가 잊을 수 없는 여인을 만난다.
이 아이디어는 진화하고 있다. 도시에서 특정 장소로 다양화하면서 이들을 모아 ‘플레이스’라는 앨범을 낼 예정이다. 대한민국 도시도 넣을까 생각 중이지만 다른 곳과 맥락이 맞지 않아 고민 중이다. “저는 계획하는 걸 좋아해서 5집까지 다 짜놨어요. 그런 와중에 미니앨범은 그냥 툭 튀어나온 거고 4집 앨범쯤에는 영화음악, 팝, 재즈, 클래식 등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곡들을 윤한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앨범을 낼까 해요.”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4.03 피아니스트 윤한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4.03
윤한은 ‘우결’ 이전과 이후로 달라졌다. 인기도로 따지면 공연 100번 해야 얻을 수 있는 걸 방송 한 번으로 얻었다. 팬층도 20, 30대 여성 중심에서 10대와 40대까지 넓어졌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4.03 피아니스트 윤한 인터뷰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4.03
윤한은 ‘우결’의 갑작스런 하차와 관련, 한 시즌을 더 하고싶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그만둔 이유를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스럽다”고 전해진 것과 관련해 많은 내용 중 일부가 왜곡 전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콘셉트는 가상결혼인데 나누는 대화는 대본이 없는 리얼이잖아요. 그런 게 헷갈렸어요. 그러나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30대 결혼 적령기 두 남녀가 만난 것이어서 대화도 진지하고 결혼 준비하는 모습 같은 게 공감이 컸던 것 같아요.”
윤한은 방송에서 다정하고 세심한 배려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여자마음을 잘 아느냐는 얘길 많이 듣는다.
“연애경험은 많지 않아요. 한 사람을 만나면 신중하게 오래 만나는 편이에요.”
여자를 만날 때 ‘이 사람하고 결혼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결혼해도 될 것 같은 사람하고만 사귄다는 얘기다.
“여자를 많이 만나는 사람이 여자 마음을 잘 알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저처럼 한번 사귀면 오래 사귀는 사람이 더 잘 알죠. 희로애락, 권태기, 아픈 경험까지 다 겪어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그런 경험들이 제 노래와 연주에 녹아있죠.”
그럼 결혼하고 싶은 여자란?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이상형은 바뀌는 것 같아요. 20대 때는 외모가 예쁜 걸 따졌는데 지금은 어른에게 잘 하는 여자가 좋아요. 결혼은 현실이니까요. 어른에게 잘 한다는 건 자신의 부모님에게도 잘 한다는 거고 가정교육을 잘 받고 가족 간에 화목하다는 거잖아요.”
그는 데뷔 때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했다. 피아노 치고, 노래도 하고, 작곡도 하는데 어느 한 쪽에 매여있는 건 아니어서 팝 피아니스트라 했지만 경계없이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피아노를 친다고 해서 다 피아니스트 아니고 노래한다고 다 가수가 아니잖아요. 하고 싶은 걸 그때 그때 하면서 팬들과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초심인 음악성과 엔터테이너로서 대중성 사이를 오가며 둘이 잘 만나지길 기대한다. “내 스타일의 음악인데 대중성이 있어서 잘 맞아떨어지는 그런 거죠.”
그런 행운으로 히트곡이 만들어진다면 그는 자신이 아끼는 1집에도 대중이 관심을 가져줄 것으로 믿고 있다.
이윤미 기자/, 사진=이상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