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은 물론 중장년 실업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내일배움카드제와 국가기간ㆍ전략산업직종훈련 과정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거나 재취업에 골인하는 경우가 늘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내일배움카드제는 구직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원, 그 범위 내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직업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훈련이력 등을 개인별로 통합관리하는 제도이고, 국가기간ㆍ전략산업직종훈련은 인력부족 직종에 대한 기능인력 및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훈련을 지원하는 제도로 훈련수당을 받으면서 교육훈련을 받고 일자리까지 알선 받을 수 있어 ‘일석삼조’다.
2015 내일배움카드제 및 국가기간ㆍ전략산업직종훈련 수기공모전은 이 두 제도의 실제 참가자 가운데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구직자 훈련제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 취업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시행됐다. 수기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박건하씨는 북한에서 세관에서 일하다 탈출해 국내에 정착한 새터민출신으로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박씨가 공모수기 작품집 ‘내일을 위한 동행’에 게재한 취업 성공기다. (편집자 주)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북한에서는 나는 잘 나가던 세관 대외검사원이었다. 어느 날 친구의 부탁으로 통나무를 승인해 통과시킨 것이 화근이 됐다. 당으로부터 중국으로 절대 통과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우정을 깨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통나무를 통과시켰었다. 이로 인해 보위부의 감시를 받게 되었고, 조만간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보위부 친구의 말에 무작정 고향을 떠나 중국으로 향했다. 중강에서 혜산, 혜산에서 중국연길까지, 배고프면 벙어리 흉내를 내면서 먹을 것을 얻어먹으며 걸었다. 연길에 도착해서 남들이 먹다가 버린 음식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날을 보내던 중, 한국 교수님을 만나 생각지도 않게 연변과학기술대학 건설본부에 입사해서 일하게 되었다.”
▶연변에서 라오스까지 걸어서…목숨건 메콩강 도강= “중국 연길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일하면서도 북송에 대한 걱정 때문에 대학 당국에다 그동안 번 돈을 북한의 부모님께 드리고 다시 오겠노라 약속하고 한국행을 시도했다. 당시 중국을 휩쓴 사스와 이라크전쟁으로 보안이 강화된 상태라, 주민증이 없던 나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무작정 지도를 사서 방향을 정한 뒤, 손바닥만 하게 오려서 품에 품고 길을 떠났다. 천진에 갔다가 상해로, 산을 넘고 들을 지나 걸어서 운남 곤명까지, 거기서 쓰모시를 거쳐 국경선인 차허까지 내내 걸었다. 여기서 국경을 넘어 마침내 첫 도시인 라오스 멍시에 도착했다. 이제 한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패키지인 태국으로 가면 된다는 홀가분한 생각에 마음은 둥둥 하늘로 날아오르고 구름 위에 있는 기분이었다. 중국을 벗어났으니 안심하고 버스를 탔는데, 빼코산까지 가는 도중에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 그때의 절망이란...
그래도 기어이 한국행을 희망의 패키지로 여기고 젖과 꿀이 있는 가나안 땅인 한국으로는 꼭 가야한다는 일념으로 또다시 기약 할 수도 없는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지도종이만 가진 채 라오스에서 군대한테 두 번이나 잡혔지만 용케 빠져나왔고, 메콩강물을 음료수로, 갈대를 밥으로, 칡줄기를 반찬으로 삼아 씹으며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국경인 후이산에 도착하였다.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던 나는 할 수 없이 고기 잡는 나무배를 도적질해 손으로 노를 저어 메콩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운명을 건 도강. 이 강을 건너면 성공이고 배가 뒤집혀 물에 빠지면 메콩강 고기밥이 될것이라 생각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엄마를 부르며 목숨을 건 도강을 했다.”
▶ 기술이란, 남한사회를 살아가는 버팀목= “이제부터 인생의 새로운 패키지가 시작이다.꿈에도 그리던 대한의 품에 안긴 그 순간 정말로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겠다고 결심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가겠다고 했던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공중에 매달려 아파트 창문 유리 옆에 종이를 붙이는 일, 소독하는 회사에 들어가 온종일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북한 사투리로 집집마다 문을 두드릴 때는 얼마나 속이 두근두근했는지 모른다. 혹여 북한에서 왔다고 소독을 거부할까봐, 사투리를 쓴다고 비웃을까봐...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 일 저 일을 하며 방황하던 중에 같이 일하던 아는 형에게서 한국폴리텍대학에 들어가 전기기능사 자격을 따면 일자리 찾기가 쉬울 거라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즉시 입학신청을 하고 한국폴리텍대학 전기제어과에 들어갔다. 40대 후반인 내가 젊은 동기들을 쫓아가기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꿈과 희망을 품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결과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연달아 승강기기사 자격을 취득했고 산업기사자격증에 도전할 계획도 세웠다. 나에게 기술이란, 남한사회를 살아가는 버팀목이며, 성공적인 정착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단지 전기기능사로 취직하여 일하게 되었다. 3교대로 몸은 힘들었지만 일을 하러 나갈 곳이 있다는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자유를 찾았고 일자리도 찾은, 인간으로서의 성공패키지는 다 점령한 셈이니 고향 부모님한테도 떳떳한 자식이 되고 탈북자 정착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었다는 자부심도 가졌다. 또 사투리가 안 고쳐지고 억양도 그대로 남아있지만, 한국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보다는 더 당당한 삶을 살아갈 자신감도 생긴 것이다.”
▶ 내일배움카드 수강신청이 탁월한 선택= “본의 아니게 탈북단체에서 일 좀 도와달라고 하는 바람에 전기기능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금난으로 탈북단체가 어려워져 더는 지탱할 수 없게 되자, 그만두고 지인의 소개로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난생처음으로 하는 정규직 회사생활, 그것도 50대에 입사하고 보니 어려움은 여전했고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젊은이들 속에서 과연 내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내일배움카드제를 통한 재직자 취업패키지를 접하게 되었다. 교육과정들을 훑어보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전기기사 교육이었다.
예전에 꼭 전기기사 자격을 따겠다고 결심한 터라 주저 없이 내일배움카드 수강신청을 했다. 이것이 지금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 삶에서 커다란 전환은 내일배움카드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저녁마다 공부를 하는데서 왔다고 과언이 아니다. 수업을 듣는 3개월 동안 매일 저녁 퇴근 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가량의 수업을 들었다. 수업은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여 회로이론, 전자기기 등 다양한 이론과 실습수업을 병행하였다.
비록 퇴근 후라 몸은 피곤하였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기쁨이 컸다. 이제는 근무 중인 사무실에서도 전기와 관련된 일은 A/S 기사들을 부르지 않고 나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3개월 동안 실습수업을 열심히 들은 것이 빛이 나게 되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내일배움카드 취업성공패키지가 좋긴 좋나 보다’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사무실에 나갈 때만 해도 북한에서 그것도 50대 남자가 왔다고 거리감이 있었는데, 근면, 정직, 성실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니 곧 내 진심을 알아줬다. 오히려 상황이 반전되어 무시해서 미안하다고, 버릇없이 한 행동들을 이해해 달라고 하는 모습들을 보니, 내가 한 모든 일에 대해 더 자신감이 생겼다.”
▶ 요즘처럼 힘나고 기 좋고 행복해지긴 처음= “한국에 와서 여태껏 일하면서 요즈음처럼 힘이 나고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긴 처음인 것 같다. 사무실에서 일한 뒤, 야간에 공부하고, 밤 10시 반 집에 돌아와 복습한 뒤 12시에 잠들고, 다음날 다시 출근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시간을 쪼개 살아도 마음에는 즐거움과 여유가 느껴지고, 사는 보람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록 지금 시작을 했지만 시작이 절반이라고 취업성공패키지로 인한 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셈인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북한에서 왔다고, 공부를 못했다고 등등, 사람들 각자 살아온 환경과 생각들은 달라도 희망을 양손에 꽉 틀어잡고, 생각의 패키지와 마음의 패키지, 행동의 패키지로 종합적인 취업패키지로 도전하면 못 해낼 일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아직도 취직이 안 된다고 전전긍긍하는 중년 남성분들!! 우리는 이 나라의 허리역할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취업패키지에 도전하면 상담으로부터 취직까지 세심히 대해주는 선생님들이 있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때문에 본인이 하려고 하면 지금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전기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배우고 있지 않습니까? 재직자반, 실업자반 다 있습니다. 배우고 싶은 교육과정들이 다 있습니다. 모두 다 힘을 내서 취업패키지에서부터 출발하여 꿈을 이루어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자식들의 아버지로 당당하게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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